문화시론_201503_월간서울시티

건물주의 ‘갑질’ 논란

글 사진 :: 김 규 순 (저널리스트)

작년부터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우리사회의 핵심 키워드로 나타나고 있다.

소위 '갑질 논란'은 사회적 강자가 약자를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요구로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을의 상황에 있는 약자는 갑의 요구를 들어주면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고, 들어주지 않으면 다양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것을 말한다. 공권력이나 사회적 보호 장치가 미약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갑질 논란'이 트위터, 페북, 밴드 등 SNS를 통하여, '을'의 입장에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자기의 억울함을 직접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 LG그룹3세 구씨의 갑질 논란에 대해 사회적인 반향이 일어나자 건물주인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마도 사회적 지탄으로 LG그룹사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결과는 수 백만원의 임대수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손실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탤런트 길용우와 힙합 듀오 리쌍의 갑질 논란은 2012년도의 사건인데도 사회적 물의로 눈총을 받고 있다.

엄청난 유동인구를 자랑하던 신촌상권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건물주들의 갑질로 임대로가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상점들은 떠나고 신촌상권은 엄청난 침체기를 맞고 있다. 떠난 상점들은 어디로 갔을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홍대상권을 키워주었던 것이다. 건물주의 갑질 논란은 단시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이익이 나지 않는 상점들은 떠나고 따라서 유동인구가 줄어들면 상권이 죽게 된다. 죽은 상권에서 그 손해는 건물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신촌상권의 건물주들은 이제 알게 되었지만, 더 큰 손해를 본 것은 오히려 상점에 세 들어간 소상공인들임을 지난 10년 동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나친 '갑질 논란'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보는 것과 같다. 돈에 대한 끝없는 탐욕으로 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건물주의 '갑질 논란'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사람의 탐욕은 한도 끝도 없는 것이므로 국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강제할 사항은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돈 있는 사람만의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인 국가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부자가 갑질하는 것을 국가가 견제해 주어야 한다. 갑질에 대한 사례별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갑질'을 견제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교황께서도 부의 우상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돈은 악마의 배설물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세상은 돈에 의해 부패하고 있다는 경고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가져가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데 국가는 행정력을 동원하여 소상공인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건물을 소유하여 불로소득을 거두어들이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사회에서 건전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 소수의 탐욕을 방치하지 말고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사회적 이익을 더불어 나누어 갖는 사회를 만드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