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론_월간서울시티_201501

대한항공의 구속, 오너의 슬픈 선택

글 :: 김 규 순 (칼럼니스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랍 12월30일 전격 구속되었다.

‘땅콩회항’으로 말미암아 사건이 벌어졌지만, 사태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성의하고 거짓부렁의 대응으로 국민정서법상 괘씸죄에 걸렸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역사의 특성상 대기업은 정경유착에 의한 정부의 지원이나 국산품 애용이라는 국민의 호응으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의 국민정서법은 헌법 위에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강도는 대단하다.

국민의 지지로 성장한 기업은 국민의 눈 밖에 나면 언젠가는 다친다. 국민들은 지지율과 표심으로 최고통치자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를 옭아매는 방법으로 국민정서에 호소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어쨌든 국민정서법의 덫에 걸리면 대통령의 아들이든, 형님이든 그 누구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대한항공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매개로 독점적 지위로 국민들로부터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다. 국민은 그것을 알고 있다. 해외를 다녀오는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도 했던 대한항공이 자기오류에 빠져있다. 부富란 적당히 즐겨야지 아집에 빠지면 흉조를 부른다. 창업주의 3세 조현아와 그 동생 조현민, 임원들의 판단수준이나 행동이 기업공동체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무인의 독선주의·무법치주의·보신주의로 진행하고 있음을 볼 때 이미 조직의 문화는 비상적이다. 그 병의 뿌리를 어떻게 뽑아내느냐가 대한항공의 생사가 달렸다. 그들이 그 암덩어리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대한항공은 급전직하 추락할 것이다.

그 기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어떤 땅을 구입했는가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선택은 미래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철폐를 위하여 예를 들어 직접 언급하기까지 한 송현동 대한항공 호텔 부지가 다시 세간의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가족들의 탐욕이 현직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런 기업을 두둔해주었냐는 국민들의 의아한 눈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대법원에서 그 땅에 호텔신축이 불가함을 판결 받았다. 대한항공을 이것을 부정하고 법을 바꾸어서라도 호텔을 짓겠다고 밀어붙였던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폭풍성장기 때에 건설회사가 써 먹어서 돈을 벌었던 고전적인 방식이다. 제2롯데월드도 이명박 대통령까지 동원하여 그 방법을 사용했다. 제2롯데월드도 비행기 항로를 방해했다는 원죄로 국민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아주 사소한 일로도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고초를 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7성급호텔을 짓겠다는 대한항공의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송현동 호텔부지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금지된 용도로 이용하고자하는 대한항공 오너의 정신상태가 탐욕에 젖어 있는 것이다. 오너의 탐욕으로 탐욕이 가득한 땅을 구입한 것이고, 그 탐욕은 불씨가 되어 기업을 불태울 것이다. 어쩌면 국민의 저항보다 땅의 보복이 더 길고 더 심각할 지도 모른다. 땅도 주인이 주인답지 않으면 주인으로 모시지 않는다는 풍수속담이 있다. 이미 그 땅은 종기이다. 오너들의 마음이 암덩어리로 오염되어 있으니 암덩어리의 땅을 구입한 것이다. 암덩어리는 도려내야 한다. 도려내는 아픔을 두려워 도려내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대한항공도 지금이 중요하다. 대마불사라고 여겼다가는 큰 오산이다. 대한항공이 망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의 주인이 바뀌는 경우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