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아파트 붕괴위험과 풍수

 4월2일 오후 2시경 굉음과 함께 목포시 신정동 신안비치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붕괴되었다. 폭 7m 길이 80m의 단지 내 주차장 도로가 3-4m 침하되었다. 길 건너 신안실크밸리아파트를 신축하면서 터파기 공사를 했는데 패널벽이 토압을 견디지 못하여 붕괴되었다. 도로의 붕괴와 함께 인접한 아파트 두 동의 주민들은 아파트 붕괴위험으로 대피 중이다.

 옛날에는 집짓기 좋은 땅을 찾아서 집을 지었다. 요즈음은 아무데나 입지만 좋으면 아파트를 짓는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짓는다는 개념보다는 제품을 생산하여 판다는 개념이 우선이다. 현재는 건축술과 건축자재가 좋아서 나쁜 집터라고 해도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땅이 비좁고 공급이 부족하니까 사람이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터라도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고충이다.

 풍수적으로도 집을 짓기 좋은 땅은 돌같이 단단한 흙이 받쳐주는 지반이다.

 지층이 바위이거나 물이 쏟아져 나오거나, 충적토여서 흙이 결집성이 없거나, 연약지반이면 기초공사시에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바위를 깨부수어야 하고, 물을 퍼내야 하며, 지반침하가 우려되는 지역은 지하옹벽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좋지 않은 땅에 건물을 지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아파트를 짓기 전에 지질조사를 하므로 그런 실태는 미리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의 조치이다. 건설과정이 늘어났다고 현장에서 돈을 더 쓸 수 없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래서 돈을 아끼려고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터파기를 진행한 것으로 보여진다. 돈만 밝히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곳곳에 숨어 있다.

 좋은 땅과 나쁜 땅은 이렇게 경제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곳에 살면서도 삶의 질이 다르다. 지반이 바위이면 단단하기는 하지만 바람이 몰아치는 곳이거나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워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지반이 물이 나오는 곳이면 건물 기초가 물에 잠겨 있게 되므로 건물이 쉽게 상하며 지하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쓸 기 쉽다. 잔돌이 섞여 있거나 연약지반이면 흙과 흙 사이에 공간이 많아 물이 고여 있어서 부패하여 공기가 오염된다. 땅이 건강하지 못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도 건강해질 수 없다.

 주택이란 이주할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오래 살게 된다. 잠시 사는 거야 산꼭대기에 있던, 물 위 배위에서 지내던 상관없는 일이지만, 오래 사는 곳이라면 좋은 곳에 살아야 한다. 향수를 싼 헝겊에 향수냄새가 배듯이, 생선을 싼 종이에 비린내가 나듯이, 그렇게 집터의 기운에 젖게 된다.

 땅과 흙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사람이고 간에 땅을 밟지 않고 살지는 못한다. 주거문화란 생존에 문제가 없어야 고급문화로 진전된다. 집을 짓던 아파트를 짓던 간에 일생을 기대고 살만한 집을 짓는 사명감을 가지면 좋겠다. 문화란 삶을 영위하는 고급의식이다. 그 자체가 국격이다.

20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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