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론]
만해기념관에서 김용운의 님을 느껴보자
만해 한용운(1879-1944)을 기리는 기념관이 성남의 남한산성 안에 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남한산성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휴일인데도 기념관 안은 한적하다.
한용운 선생은 민족주의자이며 독립운동가로써 일제강점기 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하셨다.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은 일제강점기 때에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서 온 몸을 바친 공로가 지대한 분에게 드리는 것으로 대한민국장은 국민들이 합심해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드리는 훈장이다. 이것은 대통령 보다 우위에 있으며 대통령보다 더 크게 받들어야 할 분이다. 그 다음 등급이 대통령장이기 때문이다.
만해선생을 기념하는 곳은 여타 건국공로자들과는 달리 여러 군데에 있다. 충남 홍성군 결성면 생가지 부근에 만해문학체험관이 있고,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사 내에도 만해기념관이 있다. 대부분의 독립투사들의 기념관이 그렇듯이 만해기념관도 개인이 설립한 것이다. 그럼에도 만해의 저서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거의 초간본을 구해 놓았고, 만해의 친필 시와, 한용운선생이 보고 즐기시던 도서까지 보유하고 있어 한용운 선생의 체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만해기념관 측의 열정과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성남의 남한산성 행궁 좌측에 있는 만해기념관은 서울서 가깝고 접근성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지만, 일요일 많은 행락객들이 붐비는 가운데 기념관은 한적했다. 기념관이 막다른 골목 안에 위치하여 산행을 오신 분들이 쉽게 찾거나 지나는 길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독립투사들의 기념관처럼 무료관람이 가능하도록 지자체에서 재정적 지원과 학예사도 파견해야 할 것이다.
만해 선생은 독립투사이면서 불교에 귀의한 승려이시고 문학가이시다.
그의 작품으로 ‘님의 침묵’과 같은 작품은 교과서에 실려 있어 청장년들은 거의 알고 있는 시이다. 여기서 ‘님이란 님 만이 님이 아니라 기른 것은 다 님이다’ 라고 정의하셨다. 님은 애인일수도 있지만 시대의 아픔을 겪는 시대에는 당연히 조국의 의미였다.
남한산성의 만해기념관은 김용운 선생이 기거했던 성북동의 심우장과 같이 북향을 하고 있다. 심우장이 북향으로 지어진 것은 한용운 선생이 조선총독부 쪽을 보기 싫어서 북향으로 했다는 말이 나돌 만큼 만해 한용운선생의 일제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줄곧 국내에서만 독립운동을 한 만해선생은 많은 인사들이 거친 변절의 질곡을 견뎌낸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일제로부터 회유와 협박 그리고 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을 외치다 독립하기 일년 전에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하였다.
남한산성의 만해기념관이 특별한 연고지가 있는 곳이 아니라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매헌기념관도, 안중근의사기념관도, 심산김창숙기념관도, 도산안창호기념관도, 백범기구기념관까지 연고지가 아니지만 서울이라는 곳 자체가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곳인 만큼 서울에 지어졌다. 만해기념관은 비록 서울에 지어지지 않았으나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인 만큼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
만해선생의 회갑 자필 작시
육십일년은 홀연히 지나가는 빛과 같네
이것이 인간에겐 소겁의 세월이니
오늘을 잇는 백발은 풍상처럼 짧기만 하다.
단심을 어쩌지 못하여 오래도록 가난을 따를 뿐이다.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고 병듦에 몸을 맡기고
묘방을 얻어 남은 생이 유수와 같음을 알게 되니
숲속의 매매소리는 넘어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것 같으이-.
만해기념관
만해기념관은 심우장과 같은 북향으로 지어져 있다.
건물은 그 안에 모시는 분의 정신을 구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물의 구조나 모양이 그 분의 정신과 품위에 걸맞아야 한다.
기념관과 같은 건물은 홀수 칸이어야 한다. 즉, 3칸 5칸 7칸으로 지어져야 하는데 그런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서원이나 기념관과 같은 곳에서는 배산임수가 제격이다. 배산임수란 산이 건물의 뒤에 있는 것인데 건물만 그렇게 배치되는 것뿐만 아니라 임수의 방향에 안마당도 있어야 함이다. 만해 기념관은 좌측 옆마당이 펼쳐져 있어서 안타깝다. 건물도 북향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건물전체를 보면, 건물의 세로면에서 중앙에 포인트가 만들어져 있어서 서향인 듯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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