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론_24] 월간서울시티 11월호

안중근의사기념관의 안마당은 어디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은 남산 위에 유리벽으로 치장한 현대적 개념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였던 만큼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자인 안중근의사의 기념관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 건물북쪽에 있는 잔디밭은 뒷마당 - 이곳에서는 남향을 짓는 것이 억지스럽지 않다. 다만 뒷마당은 넓은데 앞마당이 없는 불균형 상태의 건물이 되었다. 건물은 수려하나 명당이 없어 안타깝다. 사진에 보이는 넓은 마당은 건물 북쪽 뒤편에 있는 뒷마당이다.

 안마당은 없고 뒷마당만

 기념관을 살펴보면 색다름을 느낄 수 있다. 소위 건물에는 앞마당이라는 것이 있고, 그곳을 거쳐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상례이다. 앞마당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가를 기념하는 기념관이라면 앞마당은 있기 마련이다.

 기념관은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북쪽은 남산의 능선이 지나가고, 잔디밭과 안중근 의사 동상 그리고 안중근의사의 말씀을 비석에 새겨 놓은 어록정원은 건물의 뒤편에 마련되어 있으므로 뒷마당이 되겠다. 사람은 앞과 뒤가 중요하다. 오는 사람을 등지고 맞이하는 것은 실례이다. 건물은 사람이 아니니 이용방법과 편의성에 따라 구조를 달리할 수는 있겠지만, 안중근의사기념관의 경우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 건물의 남쪽 ,즉 전면을 보고 있다. 기념관을 가로막고 있는 계단과 흙 둔턱 - 없애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없앤다면 저절로 명당(안마당)이 생긴다. 정말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멋있는 기념관이 될 것이다. 서울시의 용단을 바란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의 전면인 남쪽은 흙 둔덕으로 막혀져 있다. 폭 1미터 남짓한 흙 둔덕만 없애면 건물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소위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흙 둔덕을 없애지 못하고 계단을 만들어 올라오게 하고서 다시 계단을 내려가서 기념관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기념관은 사단법인 소유이고, 남산공원은 국가소유라는 의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계단이 있다는 것은 통로인데 그 통로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것도 문제가 될까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 출입통로도 뒷마당에서 들어간다 - 뒷마당을 앞마당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건물이 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명당(앞마당) 있는 건물이 품위가 있다

 이 건물이 그래도 건축상을 받은 건물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은 누가보아도 남향이다. 건물 남쪽에 3미터가량의 공간을 두어 애를 쓰기는 했다. 그러나 일반사무실 건물도 아니고 소위 기념관인데 슬그머니 뒤에서 들어 왔다가 뒤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좋지는 않다.

▲ 건물의 전면 - 건물의 전면(남쪽)은 협소하다. 담장 아닌 담장으로 막혀 있다. 건물의 바닥에 노란선이 그러진 곳이 기념관의 출입구이다. 건물의 앞인데 뒤꽁무니 같이 배치되어 있다. 대지가 좁아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지만 마음이 서글퍼진다.

 소위 명당이란 개념이 있다. 명당이 좋아야 건물이 빛이 난다. 명당이란 바로 안마당이다. 왕이 근정전에 앉아 있으면 신하들이 모여서 조례를 하는 곳이 명당이다. 근정전에 앞마당이 없다면 근정전이 아니다. 안중근의사기념관에도 안마당을 만들었으면 한다. 안중근의사기념관도 뒷마당이 아닌 앞마당으로 다니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끊임없이 되뇌어 본다. 건물도 품위가 있어야 한다. 품위란 앞뒤좌우 균형이 있어야 하고 여유 공간이 적절해야 하며 출입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안중근의사

 안중근安重根(1879-1910)의사의 본관은 순흥(順興), 황해도 해주(海州)에서 출생. 가슴과 배에 7개의 점이 있어 조부께서 아명(兒名)을 응칠(應七)이라 지었다.

 평양에서 석탄 장사(1904)를 하다가 을사조약(乙巳條約)이 체결되자, 삼흥학교(三興學校)를 세우고, 남포(南浦)의 돈의학교(敦義學校)를 인수, 인재양성(1906)에 힘썼다.

 국채보상기성회 관서지부장(1907)이 되면서 반일운동을 행동화하였다. 당 7월에 한일신협약이 체결되자 북간도로 망명한 뒤 노브키에프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 한인청년회 임시사찰이 되었다. 특파독립대장 겸 아령지구군사령관(1908)이 되어 함경북도 홍의동의 일본군과 경흥의 일본군 정찰대를 패퇴시켰다. 회령전투에서는 5,000여 명의 적군을 만나 중과부적으로 패배하였다.

 그 후 동지 11명과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 1909)를 결성하였다. 안중근·엄인섭은 침략의 원흉 이토(伊藤博文)를, 김태훈(金泰勳)은 이완용(李完用)을 3년 이내에 암살하기로 손가락을 끊어 맹세하였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전에서 이토를 사살하고,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뤼순[旅順]감옥에 수감되고 1910년 3월 26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에게 1962년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이 수여되었다.[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