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서울시티 2013년 4월호


풍수시론(18)  청와대 액막이비서관


김 규 순 (서울풍수아카데미원장, www.locationart.co.kr)

 

청와대의 주산인 북악산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산의 7부능선에 박힌 둥근 바위가 눈동차처럼 보인다.


악岳자가 들어 있는 산은 모두 바위산이듯이 듯이 북악산은 그 자체가 커다란 바위산이다. 인왕산 위에서 보면 깔때기 모양이지만, 광화문에서 보면 북악산은 동문서답하듯 동쪽을 보고 있다. 청와대를 안쓰럽게 외면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악산이 바라보는 동쪽은 목木을 상징하고, 목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니, 북악산은 청와대보다도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 북악산은 청와대를 보듬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을 보살핀다는 의미이다.

북악산을 풍수학적으로는 목성木星이라 하며, 권력을 상징한다. 흙은 그다지 많지 않고 바위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라서 청와대의 주인은 외로울 것이며, 또한 고집불통이거나 독선적 경향을 나타낼 수 있다. 대통령이 입주하면 대체로 일이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독선적인 성향이 나타나는데, 박대통령의 경우 이미 18년을 살았던 경력 때문에 효과가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에게 닥친 불행이 18대 대통령에게도 되풀이되도록 손 놓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오로지 개인이 헤쳐가야 할 운명으로만 여기지 말고 그 악순환을 끊으려고 노력해 보자.

한양의 산 가운데 바위산이 아닌 산이 없다. 인왕산도 그렇고, 응봉도 만만하지 않으며, 낙산도 뒤지지 않는다. 남산도 북쪽 사면은 바위가 드러나서 험하다. 경복궁의 내청룡인 맹현孟峴을 보아도 삼청공관 앞에는 하식애河蝕崖가 발달해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보았을 때 주산이나 좌청룡ㆍ우백호ㆍ안산이 만든 살煞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의 자리를 옮길만한 곳이 마땅치 않고, 옮기는 일도 쉽지 않은 만큼 소위 ‘액막이’를 해야 한다. 액막이란 재난이나 질병, 불행을 야기하는 악귀를 벽사辟邪하는 행위인데, 풍수지리에서는 비보裨補라고 한다. 액막이라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그 역사는 길다. 동짓날의 팥죽, 대보름의 부럼깨기도 액막이 행위이다. 풍수인테리어에서도 거울, 종, 어항, 종교적 물건_십자가, 성수聖水, 달마도, 성모상, 돌두꺼비, 돌거북, 각종 동물소품, 부적 외에도 입춘대길도 비보풍수로 이용되지만 액막이와도 상통한다. 풍수적 비보로는 규모가 있는 연못을 만들거나 대나무를 심는 것도 좋은데, 청와대에는 그럴만한 공간을 찾기도 힘들고 가시성可視性을 방해하는 나무를 심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방법으로는 액막이 비서관을 두는 것이다.

액막이 비서관이란 최고 권력자의 지시만 기다리지 말고, 참모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특수임무를 가진 자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액막이 비서관은 선비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공직을 수행하되 목숨을 걸고 대통령에게 진실을 전달하고 정도를 걷도록 간諫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보좌진이나 비서관까지 고집불통이거나 독선적이 되면 권력자체가 불행해진다. 비서관들은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비서관은 대통령과 한 배를 탔다. 배가 침몰하면 다 같이 죽는다는 심정으로 대통령을 보필해야 할 것이다. 즉, 고집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독선을 견제하게 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주인은 선길후흉이거나 선흉후길한 결과를 가진다. 선길후흉보다는 선흉후길이 훨씬 나을 것이 아닌가. 청와대 주인이 된 박 대통령이 지금 마음고생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약이 될 것이다. 한 동안 어려움에 봉착하겠지만 굳건히 헤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 전前 정권에서 보여준 것처럼, 비서관들이 탐욕에 젖어 자신의 이익을 구하거나 이권개입으로 자신의 일생을 망치면서 국격을 떨어뜨려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오로지 명예만을 생각하고 국운이 융성하도록, 대통령을 보좌해 주길 바란다. 비서관그룹은 액막이 참모그룹이 되어야 한다. ‘액막이’라고 한 것은 국민의 편에 서면 최고권력자에게서 저주(?)를 받을 것이고, 최고권력자의 편에 서면 국민의 저주(?)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저주를 받으면 영원히 살 것이나, 국민의 저주를 받으면 영원히 죽을 것이다. 액막이 비서관은 국민을 위해서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다.

조선시대의 사간원처럼 시대정신이 투철하고 사악한 기운에 물들지 않으며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는 자를 골라서 임기를 보장하는 비서관을 많이 등용시키기를 고대한다. 조선 선비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상감마마 그것을 행하시려거든, 차라리 소인을 죽이십시오.” [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