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남씨 남구만의 묘

무덤이란 오래된 나의 미래

우리는 지금 무덤을 등창에 난 부스럼쯤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화장이 대세인 시대이기는 해도, 우리나라의 상류층에서 화장을 하는 예는 드물다. 장차관급이상 고위관료출신, 장성급이상의 군인, 국회의원이나 법관출신들의 장례를 살펴보면 매장이 훨씬 많다. 어차피 상위 10%만 풍수를 찾으며 매장을 하는 시대가 되돌아 온 것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묘지를 보면 조선의 왕릉을 능가한다. 그러나 사병의 경우 화장하여 매장하거나 납골을 하는데, 나라를 위한 죽음엗 이렇게 차별이 심하다.

미국의 경우, 알링턴국립묘지의 케네디 대통령의 무덤은 오히려 다른 용사들과 같이 간략하지만, 그곳에 카리스마가 담겨 있다.

무덤의 크기로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기도 하다.

경제력이 뒷받침되거나 생각이 미친다면 무덤을 설치할 일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평민들이 무덤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기 소유의 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산에 평장 또는 밀장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도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 화장하고 유골을 뿌린다. 경제력이 있어도 돈에 대한 욕심으로 화장하거나, 풍수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화장하고 유골을 뿌린다.

무덤이 타임캡슐의 기능이 있어서가 아니다. 무덤이 전통방식의 장례문화라서가 아니다.

적어도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 땅에 존재하는 동안만이라도 그 분의 흔적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것이 무덤이다. 거대하거나 거창할 필요는 없다. 유골 나무상자가 25*25*25cm에 불과하다. 그러면 사방 50cm너비로 땅을 파서 묻고서 위에 기념 비하나만 세우자. OOO의 묘 혹은 OOO추모비라고 세우면 된다.

무덤은 죽은 자와 산자의 소통 공간이다. 살아서 못다 한 말을 하고, 살아가야할 다짐을 말하는 곳이다. 자식이 살아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진솔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으로 무덤이 가지는 의미는 충분한 것이다.

무덤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무덤을 유물론적 관점을 넘어서 관념론적 관점에서 접근하자.

무덤은 가문의 풍수에 근거한다. 가문의 풍수가 가풍(家風)이다. 한 가문의 무덤을 살펴보면 , 가문의 풍수는 집집마다 매우 특색이 있다. 그리고 공통점도 있다. 자기 가문의 비밀이 가득한 것이 가풍이다. 가풍은 일대일로 전수된다. 가풍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가끔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풍의 연결이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동란을 겪고 미국문화가 지배하면서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살지 않는 생활환경이 조성되자. 한 순간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자기의 할아버지에게 받은 것이 없어서 손자에게 줄 것이 없는 세대가 되고 있다. 문화의 총화인 가풍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풍수란 조상과 나를 연결시키는 기술이며 그 도구가 무덤이다. 무덤을 통하여 조상과 나를 연결하여 삶의 내공을 업그레이드할 줄 아는 우리 집안만의 가풍을 되살려 보자. 돌아가신 아버지는 나의 오래된 미래 모습이며, 나는   선친의 빛바랜과거의  모습이다.[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