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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정암선생의 죽음을 통해 본 풍수학계의 현실 김규순 2011-07-26 4403  
     
 

정암선생의 죽음을 통해 본 풍수학계의 현실

대한민국 풍수의 원로이신 정암 김종철님께서 2011년 7월18일 별세하셨다.

그는 하남 장용득(1925-1992)의 제자이다. 하남은 제자를 많이 길러낸 분으로 풍수학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20세기 대한민국 풍수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하남과 더불어 지창룡과 손석우와 함께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풍수학계를 풍미하였고, 그 외에도 풍수 도반들이 많았으나 풍수학계를 학문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지는 못하였다. 풍수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 적용되었거나 음성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한일합방으로 조선의 학문과 제도가 말살되었다고 해도 해방 후에도 풍수학계는 여전히 학문의 아웃사이드로만 존재하고 있다. 풍수인들이 여럿 있었으나 학문적으로 재정립하지 못하였고, 제도권으로 진입시키지도 못하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이어서 제왕학으로 전해져온 학맥이 지금 제도권으로도 진입하지 못한 것은 선배 풍수인들의 책임이 크다하겠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부모를 명당에 모셔야 한다고 역설하던 그도 화장으로 한 줌의 재가되어 이천 호국원에 안장되었다. 정암을 화장했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들이 많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잡아준 정암이라면 명당은 아니라 해도 좋은 자리를 잡아 놓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음이 당연하다. 그런 그가 화장을 했으니, 그를 아는 풍수인들은 ‘풍수를 사칭한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정암을 땅이 거부했다’고 한다. 물론 정암 자신은 매장을 원했다고 하지만, 아들은 그를 이천호국원으로 안내하였다. 장례의 방식은 죽은 자가 아니라 산자가 결정한다는 지극한 진리를 깨닫게 하였다.

풍수학의 원로라면 대한민국풍수지리연합회의 주관으로 장례를 지내야 마땅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하였다. 그의 강의를 들었던 천여명의 수강자들 중에서 지종학, 김문제, 김행기, 김명신, 박상근, 강희종, 최강희, 서병곤, 김정인, 김규순, 이열 등 십수명만이 조문 한 것을 보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이 행복하게 보이지 않았다. 스승과 제자는 정신적인 교류가 우선되어야 한다. 맹자(BC372-289)는 공자(BC551-479)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으면서 당당히 나의 스승이라 하고 있다. 그만큼 정신적인 감화가 중요한 것을 증명하고 있다.

스승된 자가 스스로 제자를 많이 길러냈다고 말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많은 제자들이 ‘나의 스승’이라고 말해야 한다. 제자가 스승이라 하지 않는다면 그는 스승이 될 수도 없다. 특히 정신적 교류가 없이 두어달의 학습과정을 거쳐 풍수를 배우고 나서 스승이네 떠벌리는 것은 풍수학인 스스로 자기비하를 초래하는 일이다. 실질적으로 풍수를 배우는 사람은 여러 곳을 전전한다. 그러니 스승이 7-8명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자기보다 실력이 못한 사람에게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다. 많은 이들이 스승다운 스승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물론 스승도 참된 제자를 기다린다. 두세달의 기간은 짧기도 하다. 강사가 수강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듯 정신적 교류가 없는 형식적인 제자를 배출한 까닭에 그의 죽음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지 모른다.

그의 장례가 풍수학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조차 찾지 않는 초라한 장례식장과 무작정 화장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허탈감에 빠져 있는 제자들, 무엇보다도 선친의 유업을 애써 무시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들의 판단은 현재 우리 풍수학계의 현주소라 하겠다.

제자를 배출하였으면 그들을 규합하여 풍수연구소를 설립하여 하나의 단체를 만들어 제도권 진입을 시도했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와 학술활동을 통하여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학문으로 우뚝 솟게 만들어야 했었다. 하지만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갈갈이 찢어지고 나누어졌으며 제각각 살길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없었던 탓이다.

정암은 하남을 스승이라 했다. 그는 하남을 대신하여 일찍이 한국일보사 문화센터에서 풍수강의를 진행했다. 소위 많은 풍수인을 배출하고 상당한 재물도 모았다. 그러나 정암도 하남의 한계를 뛰어 넘지 못했다. 풍수지리학에 대해 전통적인 의식이 강했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하면서 명당을 사고팔아 재물을 모으기는 하였으나, 풍수학을 자신의 것에서 우리의 것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풍수학을 전해준 선배 풍수학인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때이다.

풍수학의 학문적 위상을 세우지 못해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풍수학인들은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 선배를 욕하는 사람들도 자각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후배들로부터 똑같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풍수학계는 왜곡된 면이 적지 않다. 스스로 선배들의 틀에 갇히지 말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야 발전이 있을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스승으로써 선배로써 존경심을 표해야 하겠지만, 학문적으로는 비판하고 대안과 비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풍수학을 학문화하거나 전통문화로 재정립하지 못하면 미신이나 잡술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제 정암은 몸소 우리 풍수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의 한계가 그의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정암도 나름대로 자기의 시대에 열심히 살다간 풍수인이었다. 다만, 그의 풍수적 족적을 따라가는 것은 대한민국 풍수의 한계가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와 학문이 21세기에 접어들어 10년이 지났음에도 학문으로 정립되지 못한 풍수학의 처지를 보면 대한민국의 중요한 장기 하나를 잃은 듯한 기분이다. 

아직도 대한민국 풍수학의 숙제는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qsoon]

 
     
 
이승노
[2011-08-06]
애석한 일입니다....
방흥수
[2011-08-0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임귀희
[2011-08-07]
위 글을 읽어보니 앞으로 김규순선생께서 하실 일이 많네요. '조상 탓'하지 말고 '내가 훌륭한 조상이 되자'가 저의 신조입니다. 풍수인들은 스승 탓 말고 풍수학이 학문으로 자리 매김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공부해야겠습니다. "you can do!"
김규순
[2011-08-07]
임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기찬
[2011-08-0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후학들은 풍수지리학의 발전을 위한 계기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조정환
[2011-08-0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빔니다.
관심과 염여에 풍수지리학이 무궁한 발전이 있을것 같읍니다.
조명복
[2011-08-09]
교수님 안녕하세요.지금의 현실에 씁쓸 합니다. 정암 선생님께서 자식 인성교육을 잘 못시키신것 같군요아니면 선생님의 업인지 현실이 참...
서재덕
[2011-08-1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부디 편히 영면하시길...
서성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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