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는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음양오행의 이론에서 활용할 따름이다.
풍수인테리어는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형식이다.
옛 한옥에는 인테리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고가구인 장롱과 문갑, 서랍장 외에 병풍이 있었고, 사군자나 민화 그리고 좌탁자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유리가 없던 시절이었지만, 현대에도 유리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한옥이기에
창호지로 된 문을 가릴 경우 방안이 어두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옥을 보면 방이 지금처럼 크지가 않아서 인테리어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므로 한옥의 위치나 향 그리고 건물의 배치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 당시에 인테리어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단아하고 깔끔한 공간배치를 바탕으로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테리어 추구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아야 한다.
지금의 가옥을 보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이거나 간에 공간적인 여유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전기의 풍부한 사용으로 인한 조명에 공간적인 혁명이 일어나면서 본격적으로 풍수인테리어가 나타난다.
동양적 공간에서 서양적인 공간으로 개념이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풍수 인테리어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옛 한옥과는 달리 아파트 거주공간에서 동양화나 서예작품을 건다는 것이 잘 어울리지 않으며, 더군다나 아파트에서는 기둥에 거는 주련을 둘 장소가 없다.
생활양식도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었다.
탁자와 의자가 있고, 소파가 있으며, 장식장, 침대, 책상, 책장, 옷장 외에도 TV,
냉장고, 컴퓨터와 같은 가전제품도 많이 있으며, 거기다가 어항도 있고 화분과
관엽, 분재 그리고 여행에서 구입한 기념품도 많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와 다양한 색상이 깃 들어 있는 벽지, 여러 종류의 조명등, 샹들리에 등등이 즐비하다. 건축자재도 다양하기 그지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옛날 건축물은 장풍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하였지만, 지금의 건물은 장풍이라는 개념보다는 밀폐형 공간이라는 점이 어려운 과제이다.
자연과 하나이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떠나, 동떨어진 공간에서 자연을 동경하는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풍수인테리어를 이 시대에 던져진 난해한 숙제를 푸는 것과 같은 퓨젼 과제라고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