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술의 발달과 풍수학의 추락

현대 건축학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에 풍수학은 토목건축학의 기본이었다.

풍수학이 없이 토목공사를 하거나 집을 짓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건축자재가 나무, 흙, 지푸라기 등이 대부분이었으므로 지구력과 강도가 습기에 민감했다. 여름철에도 단단하고 습하지 않는 대지를 찾는 것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땅이 가진 특성 또는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옛날에는 건축자재에 있어서 대부분이 나무였으므로, 부패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노하우였다. 나무로 지은 집의 약점은 불과 물이다. 나무는 불에 잘 타며 물에 젖으면 썩기 마련이다. 그러면 건축물은 수명을 다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불과 물이 조화롭게 다루어지는 대지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물과 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삶의 핵심적인 요소였으므로 없어서도 안 되고 과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현대 건축술이 엄청나게 발달하고 건축자재의 획기적인 개발로 이어지면서 풍수학을 바탕으로 한 대지 찾기는 그 명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특히 인구는 많아지고 집을 지을 땅은 부족해지면서 풍수는 못 가진 자들에게 사치와 허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제 인천송도와 같이 갯벌과 같은 무른 땅에도 파일을 박아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었고, 여의도처럼 모래톱이 쌓여 있는 섬에도 고층 빌딩을 쌓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놀랍게도 건물을 짓지 못할 땅은 없다. 단지 비용이 많이 들뿐이다. 기둥이 썩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렸다. 바람과 습기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대하고 육중한 건물은 콘크리트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더 이상 풍수는 필요 없는 학문인가.

그러나 커다란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을 무시한 결과 자연재해가 가져오는 폐해를 당하게 된다. 풍수학이 땅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땅의 역사까지 포함한 것이다. 땅이란 수억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억년동안 겪은 변화무쌍한 기후가 땅의 역사이다. 산이 가파르거나, 돌이 많이 드러나 있거나, 흙이 푸석하거나, 잡목이 많다면 비바람이 몰아쳤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산이 두루 뭉실하고 흙이 두텁고, 고목이 많으면 집중호우가 피해간 곳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추어 건물을 지어야 한다.

시궁창과 계곡을 메우고 물길을 돌려서 건물을 지은 곳에 기존의 물길은 100년 빈도의 크기로 만들어 복개해버렸다. 만약 200년 빈도의 폭우가 쏟아진다면 당연히 건물은 잠겨야 한다. 그 외에도 토사로 복개 수로가 막혔다면 100년 빈도의 폭우에도 물은 넘칠 것이다. 계곡의 복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건축가들이 만든 건축법의 잘못으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서초구 전원마을의 피해가 바로 이런 유형이었다. 집 지을 땅을 보다 많이 확보할 목적으로 복개한 계곡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다. 결국 물가의 집이 흉하다는 풍수학의 원칙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가파른 산비탈에 집을 지을 경우 땅이 단단해야 한다. 이런 점은 현대 건축학에서 간단하게 해결한다. 그러나 반궁수를 염두에 두지 않고 건물을 지으면 폭우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높은 곳에 집을 짓는다고 물에 잠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이 때리는 곳에 집을 지으면 물이 들이닥치는 것이다. 이런 곳에 집을 지은 실례가 방배아트힐이다. 이 곳도 계곡을 복개한 곳이지만 그 외에 가파른 산비탈 바로 아래에 지은 아파트인데다가 물이 때리고 지나가는 반궁수터이다. 풍수학에서는 적색 경고의 대상이 반궁수터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류의 곳에 집을 지은 경우가 많다.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 울산의 태화루가 바로 반궁수터이다. 그러나 이런 곳은 자연적으로 암반이 형성되어 있어서 물이 때려도 견딜 수 있는 천혜의 요새이다. 이렇듯 반궁수터에 건물을 지을 경우에는 요새처럼 만들어야 한다.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풍수학에서 물 아랫집에는 살지 말라고 했다. 이는 둑이 터질 경우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경구이다. 우리나라 전국적으로 물아래집이 많이 있다. 저수지 아랫마을은 모두 물아래집이다. 이를 방관하면 저수지가 터진 경우 마을 사람들이 곤혹을 치루고 마을이 물에 잠긴다. 이런 실례가 우면동의 저수지에서 지난여름에 일어난 일이다. 가능하면 저수지 아래에 마을을 만들지 않던가, 저수지를 만들려면 평지에 만들어야 할 것이다.

풍수학은 수억년의 세월과 대화하는 기술이다. 우리 선조들의 자연을 터득하는 기술을 활용한다면 자연재해로부터 당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땅의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제왕지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살펴주지 않아도 된다. 건축법을 믿고 건축행정을 믿으면 soon]사람이 살만한 곳이 되어야 한다. 풍수학을 무시하면 풍수해를 당할 것이다. 도시를 계획할 때 풍수적인 견해를 반영하게 되길 바라며, 시도와 각 구청과 같은 행정단위에서도 풍수전문가의 컨설팅을 참고하길 바란다. [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