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의 현대적 해석과 수족관

예로부터 풍수적으로 집 마당에 우물을 두지 말라고 했다.
우물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풍수에서는 길흉을 따지므로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우물을 오로지 水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아파트 실내에 수족관이나 어항을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우물은 땅을 파내려가므로 음기가 강하며, 물도 음기로 작용하여 사람이 사는 주택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집안 마당에 설치하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집 밖이나 마을 어귀에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우물이 집안에 있으면 수질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으며, 아녀자들이 집안에 갇혀 있던 옛 살림살이에서 외부에 있는 우물터로 나간다는 것은 바깥바람을 쐴 수 있으며 아녀자끼리 담소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므로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물을 현시점에서 수족관으로 바로 연결한 것이 착오이다.

고택을 살펴보면 마당 한켠에 돌물확(수조)이 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이는 용수로써의 물 뿐만 아니라, 화단이나 마당의 먼지를 갈아 앉히기 위해 사용할 물이거나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용수의 개념이다. 또는 샘물을 잠시 가두어 놓는 그릇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 수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우선 우물이 우리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와 역사성을 비교해보자.

우물의 첫 번째 의미는 생활용수 공급이다.
현대의 주택에서는 식수가 수도관을 통하여 또는 생수통을 통하여 공급되고 있으며 항상 집 안에 설치 또는 비치되어 있다. 이 경우 우물이 집안에 있으면 안 된다는 판단은 착오이다.

두 번째 의미는 우물이 외부에 있어야 아녀자들에게 바깥출입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옛날에는 우물터가 빨래터와 함께 아녀자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으나 지금은 남녀의 차별이 거의 없다. 물은 현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어서 항상 곁에 있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편리하다. 수족관 속에 살아 있는 열대어를 키우며 취미생활을 하기도 하여 자신의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하며, 자칫 적막할 수 있는 집 안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도 있어서 반대로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의미는 우물이 위험한 장소였다.
우물이 생활에 필수적인 물을 공급하였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이기도 했다.
우물은 집 안의 어린아이가 실수로 빠져 죽을 수도 있으며, 아녀자뿐 만아니라 그 곳에 사는 가족들이 자살하는 장소로 선택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전국적으로 우물이 흔했던 1980년대까지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부지기수로 많다. 삼국지에서도 유비의 미부인이 우물에 빠져 자결을 택하였다. 우물에 사람이 빠져 죽으면 원혼굿을 하고는 우물을 메워버렸다. 우물이 집안에 있었다면 그 집은 흉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집안에 설치된 우물을 보면 대개 덮개로 덮여있다.

<운현궁 뒷마당에 있는 우물>

그러나 수족관이나 어항이 그와 같은 위험한 장소가 될 수 있는 지를 가름해 보면 되겠다.
그 보다는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이 많으며 그 외에 절벽이나 다리위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택하는 사람이 많다. 

결론적으로, 고택에 물확이 있는 것 처럼 아파트 실내에 수족관을 설치하는 그 자체를 흉하게 볼 수는 없다.
또한 옛날 주택은 기둥이 나무였으므로 습기가 나쁜 영향을 끼쳤지만, 지금은 콘크리트가 주 건축 자재인 탓으로 집안에 건조하므로 가습기의 대용으로 어항이나 수족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운현궁 안마당에 설치된 돌물확(수조)>

수족관이나 어항 또는 물확을 아파트에 들여 놓을 때에도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잘 깨어지지 않아야 한다. 깨어진다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며, 수족관안의 생물이 죽었을 경우 빨리 대처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수족관이나 물확에 설치한 모터나 분수를 가동했을 때 소리가 나는데, 가족이 잠을 자는 시간에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다. 일반적으로 물소리는 풍수적으로 흉한 것이 속한다.
마지막으로 수족관으로 말미암아 즐거워야 한다. 소족관 땜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빠른 시일내에 치우기를 강력히 권한다. 그것은 음기 또는 물의 기운이 그 곳에 사는 사람과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풍수학은 음양오행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음양오행론은 동아시아의 사상적인 틀을 제공해 주고 있으므로 음양오행론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수준을 벗어나서 자연의 원리에 근거하여 심도있는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 강호동양학이 국민들에게 유익한 삶의 방편이 되려면 학문으로써 깊이를 더하여야 한다.

단지 몇 개월간의 노력으로 동양학을 마스터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자체가 자신의 삶을 미천하게 만드는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학문이던지 10년을 공부한다고 해도 박사학위를 따지 못한다. 대학4년, 석사2년, 박사 5년이다.

물론 인생은 살고 있는 자체가 공부일수도 있으나, 그것이 경쟁력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풍수학이던, 명리학이던지 간에 수학공식 외우듯 하는 것은 초보가 거쳐야 할 과정일 뿐이다.
문제의 발생은 초보의 수준으로 프로의 행색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혹세무민이다.

강호 동양학도 유불선에 근거하고 있다. 단지 주류학문인 경학이 아니라 비주류인 위학인 것이다. 위학은 참모로써의 기능이 강하다. 우리네 삶에 있어서 약방감초 같은 역할이다.
그러기에 강호동양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옛 경전을 공부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옛 경전을 접하는 순간 강호동양학의 뿌리가 든든해지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동안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견 때문에 어항이나 수족관 또는 물확을 설치하는데 주저했던 분들은, 내가 사는 공간의 크기나 구조에 알맞은 수족관이나 물확을 선택하여 사는 곳을 조화롭게 그리고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꾸며 보기를 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이다. 조화를 깨뜨리지 않으려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김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