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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9일이다. 유스호스텔에서 산뜻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밖을 나오니 빗님이 내리고 있다. 풍수인에게 빗님은 길동무이다. 가다보면 그치 것이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금쇄동 산정상 부분에 있는 고산 윤선도의 묘를 향했다.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초행길인데도 무슨 냄새를 맡은 사냥개처럼 잘도 찾아서 올라간다. 어느덧 빗님은 그치고 해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오르다 보니 갑자기 시야가 트인다. 고산의 묘도 용맥은 눈에 띄게 옹골찬 맛은 없다. 그러나 전순에 커다란 바위가 박혀 있어 높은 산임에도 커다란 반석 같이 덩어리가 만들어져 있다. 주위의 국세는 해남지방에서는 찾아보기 드물게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명당의 여부를 떠나서 이런 곳을 찾아낸 이의신의 노고가 위대해 보인다. 고산묘의 안산에 부모와 조부가 모셔져 있다.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가는 길에 지방 호족중 하나인 현풍 곽씨 중시조묘에 들렀다. 해남지역은 과협이 발달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 곳에는 두리뭉실하지만 과협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바닷바람에 씻겨간 것일까 입수처가 보이지 않는다. 품(品)자형의 묘가 색다르게 보였다.
길을 재촉하여 나주시 반남면 흥덕리에 소재한 반남박씨 시조묘를 찾았다. 벌명당으로 유명한 박응주의 묘는 반남면사무소 뒤쪽에 있어서 찾기 쉬웠다. 소위 말하는 버스명당이었다. 고려시대의 호장공으로 박응주의 묘도 이제까지 답사한 묘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양의 묘이다. 입수용맥은 넓게 형성되어 있고 묘지 앞으로 경사가 기울어져 있다. 물론 솔나무와 대나무가 입수용맥과 청룡자락을 둘러싸고 있다. 박응주의 손자인 박윤무의 묘가 뒤에 위치하고 있어서 소위 역장형태이다.
이 곳의 국세는 가히 일품이었다. 백호의 어깨가 봉현으로 낮은 것이 흠이지만 전면으로는 좌청룡이 유정하게 감싸고 있는데 끝자락에는 반남중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우백호는 반남면사무소와 반남지구대가 있으면서 아랫쪽으로 요(曜)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 곳에는 마을이 들어서 있다. 청룡과 백호는 흥덕제라는 연지(蓮池)가 물샐틈없이 막고 있어서 부를 독차지하고 있는 형상이다.
 멀리까지 온 답사여서 강행군은 계속되었다. 금호그룹의 창업자인 박인천씨의 증조부모가 명당으로 소문이 나 있던 터라 그 곳을 지나칠 수 없지 않은가. 나주시 공산면사무소를 돌아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로 찾아 들었다. 좌측의 암석으로 만들어진 산의 9부 능선에 있는 묘를 방흥수 님이 찾았다. 우리는 또 다시 굶주린 사냥개 모양 누구의 주문도 없음에도 그 곳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묘지비석 뒤에 증손 박인천이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천혈이라 풍경은 좋았으나 안산이 파괴되고 있었다. 안산이 돌산인데 개발업자에 의해 돌산이 개발되고 있는데 묘주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작금에 금호그룹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른 것에대한 징후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연의 의미와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오후 두시반이 넘어서 나주곰탕집에 들렀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었다. 김정인 님의 기지로 모은 군자금(?)으로 시킨 수육은 마지막 남은 여정에 보태는 에너지원이었다. 포만감으로 가득찬 배를 안고 길거리로 나오니 '나주관찰부'라고 적힌 커다란 누대문인 정수루가 있고 그 아래로 망화루가 있는데 이 곳을 들어서면 금성관이 있다. 금성관은 나주목의 객사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언제부터인가 옆구리에 진을 치고 있던 집과 상가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들은 매입하여 철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복원을 위한 노력은 2005년에 방문했을 때의 어수선한 모습과는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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