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의 경사가 심하여 커플이 손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는 웨딩바위다. 깎아지른 비탈을 같이 걷는 연인의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웨딩바위는 우리가 걸어 가야할 미래다.

불암산의 가장 튼실한 용맥이 남동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용맥은 정상에서 웨딩바위를 타고 내려가다가 두 번 숨을 죽인 후 육산이 나타난다. 이 용맥이 불암산의 중출맥으로 별내면의 평야로 홀로 흘러들어 제왕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남재의 묘가 있다. 풍수학에서는 불암산과 같이 강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은 회피의 대상이다. 악산(嶽山)이 토산(土山)으로 변하는 것을 박환이라 하는데, 박환이 되는 것은 좋은 흐름이지만, 불암산은 험하고도 강한 기운을 뻗치고 있다. 그런 영향인지 남재의 후손에게는 무인이 많다. 강인하고도 절조 있는 충직한 무인은 강력한 군주 아래에서는 무한한 사랑을 받지만, 나약한 군주에게 있어서 병권을 쥔 신하는 견제의 대상으로 모함을 받기 십상이다.

남재의 묘는 주산의 강한 성정이 순화되기에는 너무 가깝게 있다. 강직한 성정은 좋은 영향을 미쳐 왕권이 강력했던 15세기 전반기에는 남재의 손자 삼형제가 모두 출세의 가도를 달리게 하지만, 왕권이 약해진 15세기 후반기에는 남이장군과 남효온이 모함과 핍박을 받는 시기로써 가문의 위기였다. 이는 충성을 가장한 아부와 권모술수가 대세인 시대가 되었으므로 강직한 충신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100년이 지나서야 남재의 후손은 정승 3명과 대제학 5명을 배출한다.

미인이 인기를 끌듯이 풍수에서도 안정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좋은 기운을 품은 것으로 생각한다. 제왕이 강한 성정을 지니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되나, 신하가 강한 성정을 지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이성계가 남재의 묘에 묻혔더라면 아마도 만주를 호령하는 왕이 태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암산에 올라 남재의 묘를 바라보니, 후손이 걱정되어도 주군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남재의 고충이 눈에 밟힌다. 또한 우리의 고토를 향하여 포효하던 남이장군의 기개가 그리워진다. 한국호랑이 같이 대륙적 야성을 지닌 강인한 유전자가 소인배들에 의해 제거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없다.

대한민국의 인재로는 남덕우(1924~ ) 국무총리가 남재의 후손이다.
(참고말씀 주신 분 : 남상훈, 남중현)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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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사항>------------------------------------------

(1) 남재묘의 소재지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 282-7

(2) 조선왕조실록에는 건원릉의 자리를 점한 사람이 하륜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망우리라는 지명설화를 보았을 때 이성계도 자신의 신후지지를 구하러 다녔다는 설이 일리가 있음.

(3) <國朝名臣錄> 太祖旣定健元陵之後。與公憩于前嶺。命名曰忘憂里。以其下民田特賜公。以爲守塚之

戶。又賜以副用之地。以寓萬歲後陪葬之意也。

(4) <남재신도비> 以陵外佛巖山下注洞之原賜公。爲日後陪葬之地。且賜其近田民

(5) <墓表> 葬于楊州賜洞之原。初太祖旣定壽陵。以近陵一麓賜公陪葬

(6) 남재-남경문-남휘(3남)-남빈-남이

(7) 남재-남경문-남간(차남)-남준-남전-남효온

(8) 소릉이란 단종의 생모 현덕왕후의 능이다. 세조의 꿈에 단종의 생모인 현덕왕후가 나타나서 자기 아들을 위해 복수를 하겠다고 하자 세조가 소릉을 해코지했는데 이를 부당하다고 상소를 올림.

(9) 남태징은 남재의 13세 종손이었으나 이인좌의 난으로 역모의 자식이조상을 모시는 것은 또 다른 불충이므로 남재의 장손인 남지의 셋째아들(간성공) 가계로 봉사손이 바뀌게 된다.

(10) 남이장군은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 산145번지에 쓸쓸히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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