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도시의 건설광경. 우측에 보이는 빌딩은 광교테크노밸리이다. 좌측은 아직도 개발 중인 공터이고, 멀리 광교신도시의 아파트가 건설 중이다.

태종의 5남 혜령군 이지의 묘. 심온묘 좌측편에 있다. 멀리 능선 우측 붉은 색 빌딩 있는 곳이 경기대학교이고, 좌측이 광교테크노밸리이다. 근래에 이장한 것으로 풍수적 의미는 퇴색되었다.

수원천은 백운산과 광교산의 경계선이다. 수원천과 원천리천 사이에 있는 땅은 모두 광교산 중출맥의 영역이며 21세기를 주도하는 수원의 핵이다. 새로운 시대는 백운산 보다 광교산을 선호하고 있다.

광교산의 두번째 영역은 광교산의 탯줄과도 같은 응봉능선의 남쪽 사면이다. 탯줄이라고 말한 이유는 족보상으로 광교산의 부모산인 석성산이 소실봉과 응봉 그리고 형제봉으로 연결하고 있는 좌청룡 역할을 하는 능선이기 때문이다.

응봉이라는 명칭은 기운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응봉의 남쪽자락은 광교의 동쪽 영역이다. 응봉의 기운에 기대어 많은 무덤이 산재한 곳으로 세종의 장인인 안효공 심온의 묘가 있고 문성공 조광조 선생의 묘가 있으며, 이밖에도 태종의 아들인 혜령군 이지의 묘, 양진당 정유의 묘 등이 이곳에 있다. 중출맥이 삶의 공간인 반면, 응봉 자락은 조상들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듬직한 광교산의 모습. 광교산은 동서남북을 아우르고 있어서, 사방을 장악하고 있는 역량이 대단한 산이다.

한남정맥이 파괴되다

조광조 선생의 묘 옆에는 선생을 기리는 심곡서원이 있다.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이다. 예로부터 행정구역은 산의 능선이나 물을 경계로 하였다. 소실봉과 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남정맥이다. 자연적으로는 광교의 구역인 이곳을 용인시로 분할하는 바람에 상현 현대아파트, 쌍용아파트, 자이아파트들이 한남정맥인 소실봉을 파괴하고 말았다. 탁상행정으로 행정구역을 나누면서 사적인 이익에 따라 주고받은 흔적을 볼 수 있는 난맥상이다. 원래 자연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영역과 보존해야 할 영역이 있는데, 한남정맥은 백두대간과 함께 보존되어야 할 대상이다. 국가적인 보존이 힘들면 지자체에서라도 나서 보존해야하는 영역이다. 자연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만들어지는 이런 난개발은 우리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시련이 닥칠 것을 예고하는 징조이기도 하다. 국토와 자연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용인시의 개발시각이 걱정스럽다. 용인시의 앞날은 먹구름이다.


문정공 정암 조광조 선생을 기리는 심곡서원. 서원 뒤 구릉 위로 아파트가 병풍처럼 도열하고 있다. 갑갑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현대와 고전의 조화이다.


소실봉(A)은 한남정맥으로 석성산과 광교산을 이어주는 봉우리이나, 아파트의 건설로 봉우리가 파괴되고, 능선이 아파트촌으로 덮여 사라졌다. 심곡서원(B)과 조광조선생의 묘(C)가 보인다.

광교산의 좌청룡이 날다

정암 조광조 선생의 묘는 꾸밈이나 장식 없이 단아한 모습으로 조선선비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서쪽으로 광교마을의 아파트가 보이는, 지금 입주가 한창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삼성디지털시티이다. 소실봉에서 남쪽으로 태광CC를 거쳐 청명산으로 이어지고 다시 영흥자연공원에서 솟구치는데 이 봉우리가 세계 초일류회사인 삼성디지털시티(삼성전자)의 주산이다. 청명산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지만, 엄연히 광교산의 좌청룡이다. 또한 외청룡으로 청명산에서 아람산, 매미산, 동학산으로 연결되면서 삼성전자 나노시티 기흥캠퍼스와 화성캠퍼스가 놓여있다. 이 모두 광교산의 정기를 이어받는 라인이다.

결론적으로 광교산의 좌청룡 자락에 삼성의 메인빌딩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디지털시티에는 삼성전자의 연구동과 삼성전기의 연구소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형제봉과 중루봉(비로봉)을 보면 수려하지는 않지만 문필봉 모양을 띠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산의 봉우리가 그 땅의 성정을 좌우한다는 것이 풍수학의 원칙이다. 문필봉으로 대별되는 목성(木星)은 공부를 하거나 연구하기에 좋은 땅이다.

특이한 것은 광교산은 저수지가 많다. 광교산의 중출맥은 광교산에서 발원한 광교저수지와 형제봉에서 발원한 원천저수지를 끼고 있으며, 좌청룡 능선은 응봉에서 발원한 신대저수지와 외곽의 신갈저수지 사이를 달리고 있다. 이는 두 능선이 지속적으로 기운을 공급 받고 있어서 생기가 넘치는 용맥이라는 증거이다. 저수지의 물은 용맥에 생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인공적인 저수지이지만, 사람의 노력으로 땅의 본성을 업그레이드시킨 예라고 본다.


세종대왕의 장인이자 조선 초기 영의정을 지낸 심온의 묘. 심온의 묘 뒤에서 바라본 광교아파트단지. 멀리 보이던 자연의 능선이 가려지니 답답한 느낌이 앞선다.

재물을 나타내는 풍수적 요소

풍수학에서 재물을 뜻하는 오행은 토(土), 금(金), 수(水) 세 가지이다. 토는 용맥이 흙으로 구성되어 후덕할 때 재물복이 있으며, 금은 금성모양의 산이 다정하게 마을 전방에 서있거나 암석이 전대(錢臺)모양으로 주위를 둘러싸고 있을 때 재물복이 있다. 그리고 근원이 보이지 않는 물이 흐르는 듯 마는 듯 고인물이 마을 앞에 있으면 재물복이 있다.

원천저수지는 형제봉에서 발원한 물이 모여 있고, 신대저수지는 응봉에서 발원한 물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두 줄기의 물을 한꺼번에 거두어들이는 자리가 삼성디지털시티이다. 묘한 곳을 이병철 회장이 찾아낸 것이다. 광교산의 놀라운 역량을 알아낸 그 분의 출중한 안목에 고개가 숙여진다. 산이 중요한 것은 물을 모아 주기 때문이다.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고여 있는 저수지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용인 에버랜드 안에 있는 이병철 회장의 묘 또한 본인이 직접 선택한 곳으로 바로 앞에 ‘삼만육천지’라는 저수지가 있다. 이런 면모를 살펴보면 물을 대단히 잘 챙긴 어른이었다.

풍수적으로 좋은 형국이란 북현무·남주작·좌청룡·우백호가 다정하게 위치해 있어야 하고 물이 유정해야 한다. 광교신도시가 하트모양으로 좌측과 우측이 나누어져 있는데, 주봉이 형제봉과 응봉 서로 자기의 영역을 다스리고 있어서 같은 곳의 다른 땅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광교신도시는 형제봉에서 보아도 응봉에서 보아도 그야말로 좌청룡 우백호가 감싸 안은 자리이다. 두 영역 모두 안산이 없고 형제봉에서 발원한 원천저수지와 응봉에서 발원한 신대저수지가 각각 두 영역의 안산 역할을 하고 있어서 쌍둥이 같은 느낌이 든다. 물이 안산을 대신하는 경우는 마을의 입장에서는 귀한 일이다. 


신대저수지 위로 건설 중인 아파트의 모습. 신대저수지는 응봉에서 발원한 물이 고이는 곳이다. 이곳도 저수지가 마을의 입구를 막고 있는 형상이어서 마을 입지로써 좋은 형국이다.

광교 신도시여 아름다운 마을이 되어라

광교신도시가 약간의 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기관이 들어서는 자리가 아니고 베드타운의 성격이 강한 신도시로써는 상급에 속한다.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를 제대로 보존만 한다면 좋은 도시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을 옛날에는 광교신도시는 구릉이 발달되어 있어 마을이 형성되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토목장비와 운송차량이 발달해 배산임수의 위치에 있는 구릉지가 오히려 평지보다는 상급택지로 각광을 받는 시대다. 지금과 같이 자동차와 지하철이 발달된 시대에는 자연이 가까운 곳이 안성맞춤이다. 아름다운 마을이란 사랑이 넘치는 마을(󰡔논어󰡕｢이인편(里仁篇)｣ 子曰 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이라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무쪼록 이웃끼리 합심해 사랑하며 도와주는 화목한 마을이 되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아름다운 신도시의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광교산을 배경으로 한 광교신도시의 전경. 형제봉에서 발원한 물을 모두 가두고 있는 원천저수지가 안쪽의 마을의 안산역할을 하므로 기운이 가득한 마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