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라면 광의로 서울특별시의 한강이남 지역을 뜻한다. 현재 ‘강남 3구’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종류의 해석에 기인한다. 서울의 문화·경제·교육의 핵으로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는 강남지역의 풍수를 살펴본다.

글 사진 | 김규순

봉은사의 수도산 봉우리에 경기고가 올라타고 있다. 전통적으로 산봉우리에 학교를 짓지 않은 것은 만월(滿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이 우주 자연의 이치이다. 배움은 산을 오르는 과정인데, 벌써 더 이상 오를 산이 없는 형국이다.






수도산이라는 이름을 작게 쓰고, 봉은사는 크게 쓰고 있다. 수도산에서 수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서초구는 능선이 둥글게 감싸 안고 있는 형국으로 법조타운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주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송파구는 한강유역이 넓어서 휴식과 놀이 문화가 발달하여 경기장과 체육관, 공원, 놀이터 등이 많다. 강남구는 호텔과 비즈니스 빌딩이 많고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강남 3구’라고 해도 그 땅의 성향에 따라 문화의 특색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는 양재천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누어진다. 양재천 남쪽은 대모산･구룡산의 영역이고, 양재천의 북쪽은 좌측의 매봉영역과 우측의 수도산영역이 있다. 관악산에서 이어진 우면산은 매봉능선과 논현능선(수도산)을 만들어 한강을 거슬러 동진(東進)시키고 있다. 산은 물을 만나야 생기를 얻고, 물은 산을 만나야 생동감이 살아난다. 강남구의 용맥이 동진하고 있다는 것은 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형국이어서, 연어가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과 같이 역동적이고 추진력이 있으며 진취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아래쪽 아파트는 개포동이고 새가 날아가는 모양의 숲이 도곡공원(매봉)이다. 멀리 강남구의 전경이 아련히 보인다.

대모산(大母山)의 왕기(王氣)

대모산은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산이다. 산이 유순하면서도 강남을 남쪽을 지켜주는 어머니와 같은 든든한 산이다. 대(大)자는 독립적 의지력과 강력한 에너지의 발현을 의미한다.

왕기를 가진 대모산(293m)의 남쪽에 헌･인릉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왕기란 지기의 영험함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서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국보급의 존재가 출현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내곡동과 수서동 그리고 개포동이 그 후보지이다. 청계산에서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중심으로 좌우로 개천이 휘감아 돌고 있으니 상스러운 형국이다. 왕기는 살아 있는 사람이 받는 것이니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하는 출중한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훼손된 신(神)의 정원_선･정릉(宣･靖陵)

도곡동의 매봉에서 이어진 능선이 역삼동 충현교회 부근에서 잠시 머무르다 북동진하여 옹골찬 에너지를 뭉친 봉우리가 ‘논현동 259번지 일대’ 주택가이다. 이 봉우리에서 사방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강남의 제왕격인 이곳은 선릉의 주봉(主峰)이기도 한다. 왕기를 품은 ‘논현봉우리’를 부수고 집을 지었으니, 강남은 호랑이가 사라진 곳에 여우들이 들끓는 형국이 된다.

논현동, 학동, 신사동, 압구정동을 품어 안은 논현 봉우리는 변전소와 같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므로 근린공원으로 지정했으면 좋았다. 정작 근린공원 되어야 할 곳은 건물이 들어서고 근린공원으로써 가치가 별로 없는 곳은 근린공원이 되어 있다. 유네스코세계유산문화재로 등록된 왕릉이지만 선･정릉의 경우 주산과 좌청룡, 우백호 등 자연지형을 보존하지 못하여 ‘신의 정원’이라 불리는 왕릉의 신비와 향기를 잃어버렸다. 선･정릉은 훼손이 가장 심한 왕릉이다.


선릉_입수부분에 대형빌딩이 서 있다.

선릉_우백호는 건물로 메워져 있고, 정자각 앞은 도로가 나 있다.



정릉_조산격으로 포스코빌딩이 보인다.


전통적 개념을 무시한 전시행정 그리고 획일주의로 진행된 도시개발을 풍수적 관점에서 ‘난개발’이라 한다. 난개발은 문화재를 박제로 만들어 버린다. 현재 서울시는 ‘하이 서울’을 모토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디자인과 문화콘텐츠를 중시하고 있으나 하드웨어를 제아무리 꾸민다고 해도 소프트웨어(정신문화)로 채우지 않는다면 죽은 문화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강남구청의 좌청룡 우백호

현재의 강남구청을 보면 나지막하게 구청본관이 앉아 있고 좌측과 우측 그리고 뒤에 20층 높이의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니 좌청룡 우백호로 보여 자칫 멋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용맥이 흘러들어오지 않는 곳이니 근본이 없는 자리 즉, ‘논현 봉우리’에서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낮은 고개에 기대어 강남구청이 서있다. 지기가 없어 푹 꺼진 계곡에 세운 형상이다. 결론적으로, 풍수학적으로 좋지 않은 자리이며 교과서적으로 피하는 자리이다.

이곳에 오래 근무하면 활력이 떨어지고 자존심과 창의력이 부족해지고 질펀하게 돈 쓰며 노는 데는 일등이다. 직원들은 젊은 사람들이니 영향을 적게 받으므로 열심히 일하겠지만 즐겁게 근무하기는 힘든 곳이다. 의욕이 저하되어 복지부동하고 무기력한 직원이 속출한다. 부자동네이니 돈으로 메우면 되겠지만 낭비가 심하겠다. 빨리 옮기는 것이 좋겠다.


강남구청은 양지의 자리가 아니라 음지의 자리이다. 관청은 음지를 피한다.


도산 안창호선생의 묘에 관한 의문

도산선생의 묘가 도산공원에 안치되어 있다. 도산공원은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도산선생은 1938년에 서거하시고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가 1973년 서울특별시의 주관으로 도산공원을 만들고 묘를 이장하였다.

일반적으로 묘를 참배하는 공간은 묘의 아래에 위치한다. 묘지의 위아래 구분은 능선의 한 지점을 기준으로 산 쪽을 위, 하천 쪽을 아래로 한다. 묘지의 위쪽은 시신의 머리를 두게 되고 묘지의 아래쪽은 시신의 다리가 놓이는 것이다. 묘지 아래에 참배공간이 있게 된다.

‘논현 봉우리’에서 한강이 있는 북쪽으로 능선을 뻗어가는데 그 중간에 도산공원이 있다. 도산선생 부부의 시신은 동쪽을 바라보며 모셨다고 한다. 그러면 묘지의 서쪽에 머리가 동쪽에는 다리가 놓여 있으므로, 묘지의 동쪽에 참배객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