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와 풍수학에 대한 모독
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집터를 마련하는데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특히 한겨레는 칼럼(김종구 : 2011. 10.11)에서 내곡동 집터에 대해서 풍수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사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 집을 지으면서 풍수를 보는 일이야 흔한 일이다. 그러나 2008년 취임 초에 이 대통령이 “나는 풍수지리 따위는 믿지 않는다” 고 한 적이 있다면서 “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보면 얄미운 생각도 든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읽어 줄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아래 기사는 어떻게 다른가 보자
뷰앤뉴스의 김혜영 기자의 기사(2011.10.12)이다.
<<역사학자 전우용(49)씨가 12일 청와대가 내곡동을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터로 잡기에 앞서 풍수지리를 봤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 "땅 귀신 힘까지 빌릴 생각을 하신 걸 보니 사상 최대 규모의 경호동으로도 불안하셨던 모양인데, 하나님이 격노하실 지도 모를 일입니다"라고 힐난했다.>>
전우용 씨는 한국사 전문가로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역사학자이다.
그런데 그의 학문적 성향과 경력에 걸맞지 않는 수준의 말이라서 허탈감을 느낀다. 풍수를 가지고 ‘땅 귀신 힘까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풍수학을 모독하고 조상들을 욕되게 하는 표현이다. 어떤 근거에서 어떤 생각으로 ‘땅 귀신 힘까지’라는 표현이 나왔는지 묻고 싶다.
그냥 이명박 대통령이 싫고 미워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면 전우용 씨의 사회적인 레벨이 의심되는 말이고, 풍수학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내 생각이 그러하다고 말했다면 학자적 수준이 매우 저급한 레벨이다.
비록 풍수학이 작금에 비주류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조선의 왕이나 지배계층 뿐만 아니라 서민들까지 풍수학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역사학자라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우리가 존경하는, 세종, 세조, 정조, 정도전, 윤선도 등은 풍수학에서 상당한 경지에 오르고 있다. 그것은 풍수학이 도읍이나 마을을 건설하고 집을 짓는데 이론적인 틀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학문적으로 체계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풍수학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풍수학의 진수를 반기고 있다. 풍수학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학문이다. 모든 사람이 다 알아야 하는 학문도 아니다. 지배층이나 전략기획자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매우 널리 적용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학문이다. 풍수학은 모르는 사람이면 할 수 없지만, 알게 되면 반드시 활용하고 싶어지는 학문이다. 풍수학은 세계 어느 곳에도 명칭과 이론이 다르고 중요도가 달랐을 뿐 땅을 보고 선택하는 방법은 제각기 다 있다.
풍수는 원래 조용하고 엄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풍수는 보갑 속에 든 보검이다. 검은 칼집 속에 들어 있을 때 위용이 있는 것이다. 칼집을 빠져 나온 칼은 살상용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다. 풍수도 필요한 사람이 조용하게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서 참고하면 된다. 또한 풍수전문가는 의뢰인의 개인적인 비밀유지에 힘써야 한다. 비밀유지를 하지 못한다면 풍수컨설턴트로써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풍수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리가 ‘풍즉기산(風則氣散)’이다. 생기는 바람을 맞으면 흩어진다는 뜻이다. 풍수도 풍문(風聞)을 타면 그 효과가 없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풍문도 바람으로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매스콤에서 풍수를 다룰 때에도, 김종구 씨의 표현은 용납되지만, 전우용 씨의 말은 매우 유감스럽다. 풍수를 지칭하여 ‘땅 귀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학자적인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국민들에게 풍수학이 오도될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학문이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게 비난하는 것은 학자가 아니라 장돌뱅이이다.
전우용 씨는 자신과 자신의 집안에서 풍수학에서 자유로운지 묻고 싶다. 그의 조상들은 풍수와 관련이 없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미우면 대통령을 비난할 일이지, 풍수학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은 앞뒤를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이다.
서양학문이 좋다고 해서 동양학문이 틀린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풍수학은 생각하는 관점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자기의 학문은 최고라고 맹종하면서 다른 학문을 매도하지 말기를 바란다. [qso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