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ain Story]

김규순의 풍수이야기⑦

‘類類相從’
좋은 기운이 좋은 기운을 부른다 


중앙의 보현봉과 우측의 형제봉은 삼각산의 정기를 안암산으로 전달하는 보급기지창 역할을 한다. 이들에 이은 구준봉이 만들어 낸 성북능선은 우리나라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훌륭한 배움터인 고려대학교 자리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직 대통령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많은 인물을 배출한 고려대학교. 그렇다보니 풍수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 빼어난 기운을 가진 사람은 좋은 기운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서 또 다른 좋은 기운에 이끌리게 마련이다. ‘인재가 모이는’ 고려대학교를 둘러싼 풍수의 진실을 따라가 보자.

글 사진 김규순

--------------------------------------------------------------------------------

대학본부와 인촌동상. 고려대학교는 풍수적으로 좋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배치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

고려대학교가 많은 인재를 길러냈지만, ‘훌륭한 인재가 고려대학교를 선택했다’ 또는 ‘인재가 모이는 고려대학교였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대학교가 한 사람의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생을 70년이라고 가정할 때에 단 4년 머물고 떠나는 곳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할 순 없기 때문. 그러나 수재가 따르는 데엔 분명 그만한 풍수적 이유가 있다.

고려대학교의 풍수를 보는 관점에서 고려할 것은 안암산과 성북능선, 그리고 건물 배치다. 안암산(개운산, 134m)은 삼각산(三角山, 북한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산봉우리)의 막내로 고려대학교를 품고 있다. 안암산의 족보를 살펴보자면, 삼각산의 정상에서 남쪽으로 능선이 이어지다가 보현봉(700m)을 일으키고 다시 형제봉(462.2m)으로 솟았다가 고갯마루인 보토현을 거쳐 구준봉(337m)까지 이어진다. 보토현 아래로 북악터널이 지나가는데, 정릉동과 평창동을 이어주는 고개다. 이 고개를 지나면 구준봉이 솟구치는데 여기를 기점으로 능선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서남방향의 북악능선과 동남방향의 성북능선이 그것이다. 

안암산의 정기는 인재 발굴과 성장의 동력

성북능선은 아리랑 고개와 미아리고개를 지나 안암산(134m)으로 연결된다. 구준봉에서 안암산까지 이르는 능선이 길지만 상하 기복이 있으며 좌우로 요동치면서 생동감 있게 나아가다가 그 끝자락에 삼각산을 닮은 산이 안암산이 있다. 이로써 안암산의 정기는 인내력을 바탕으로 한 파워풀한 기운이 뭉쳐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유하자면 삼각산정상에서 구준봉까지는 나무줄기이고 성북능선은 나뭇가지며 안암산은 꽃봉오리다.

성북능선은 서울도성이 설치된 낙산 외곽의 능선으로 정릉천과 성북천을 가르는 능선이다. 지금의 성북능선은 건물이 세워져 파헤쳐지고 해어져서 원래 모습을 찾을 길 없다. 고려대학교가 우리나라의 역사처럼 질곡의 세월을 견뎌왔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다.

고려대학교 캠퍼스는 주산인 안암산이 만들어낸 능선 위에 있다. 이 능선들은 꽃잎 모양이어서 이를 풍수에서는 ‘모란반개형(牡丹半開形)’이라고 한다. 모란반개형의 자리에서는 나라를 이어가는 인물이 난다. 우백호능선이 겹겹이 발달해 왕성한 반면 좌청룡 능선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고려대학교의 자리는 교육기관의 자리로는 상급(上級)이다. 교육시설이 들어서는 자리는 능선이 멋있어야 한다. 산의 정기는 능선을 통하여 공급되는데, 산의 정기가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동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풍수적 명당이란 생기(生氣)가 충만하여 훌륭한 인재가 모이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본관에서 바라 본 인촌동상 우중에 보이는 바깥 풍경은 한치 앞을 짐작하기 어려운 세계정세를 보는 듯하다. 시대를 뛰어 넘는 인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져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편, 고려대학교의 건물들이 꽃봉오리처럼 발달한 예닐곱 개의 능선 위에 제각기 올라타고 있다는 점은 다른 대학교와 크게 다른 점이며 상당히 고무적인 배치다. 의과대학병원은 고려대학교 중에서 오른쪽 능선에 자리하고 있는데 의과대학병원 건물만큼은 능선을 타는 것이 좋은 것이라 볼 수 없다. 능선은 정신적인 활동을 하는데 적합한 장소지, 환자가 회복하는 장소가 아니다. 병원 건물은 능선 안쪽이나 평평한 곳에 짓는 것이 풍수적으로 바람직하다. 병원건물이 주위보다 높을 경우 경치는 좋을지 모르나, 질환을 치료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풍수에서 ‘득수장풍’ 즉, ‘물을 얻고 바람을 가둬야 한다’고 했다. 병원 건물에 올라보면 서쪽으로는 멀리 남산(262m)과 인왕산(338.2m)까지 보이고, 남동쪽으로는 아차산(287m)이 아득하다. 시선을 가려주는 안산(案山)이 없고 바람을 막아주는 좌청룡이 미약해, 환자와 의사간에 의사소통에 있어서 2프로가 부족해지는 지형이다. 능선에는 살기(殺氣)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살기란 사람을 흥분시키고, 노하게 하고 산만해지게 하며, 집중력을 떨어드리고,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사방이 확 트여서 경치(view)가 좋으면 사람은 딴 생각을 하기 마련. 즉, 순간적으로 목적을 망각하는 수가 생긴다. 이것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병원이 5대 병원에 끼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판단된다. 경치(view)가 좋다는 것은 노는 자리이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자리지, 연구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능선 위에 우뚝 솟은 의과대학건물이 위압적이다. 질병은 온화한 사랑으로 치유되는 것이지 권위로 낫게하는 것이 아니다. 뒤로 백악산과 인왕산이 보인다.

안암산의 중출맥을 간과하다

고려대학교의 대학본부건물은 주능선을 타지 않고 산기슭에 서 있다. 중앙도서관의 경우, 좌청룡 능선에 있었는데, 이마저도 1978년에 청룡 외곽으로 이전했다. 대학교의 건물 중 가장 중요한 건물은 총장실이 있는 대학본부와 중앙도서관인데, 이 두 건물이 안암산의 중출맥을 비켜서 서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이는 국가통치기관, 종교시설, 교육기관이 일반적으로 능선을 지키고 서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지금 대학본부가 서 있는 자리는 저택을 위한 자리다. 대학교 총장이 머무는 자리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지 못해 부득이하게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될 곳이다. 실제로 열네 명의 역대 총장을 조사해보니 44프로에 해당되는 여섯 명의 총장이 타의에 의해 퇴임 또는 사퇴한 사실을 발견했다. 초대 총장 현상윤(6.25 납북, 1950), 6대 총장 김상협(긴급조치7호, 1975), 9대 총장 김준엽(전두환정권 압력, 1985), 11대 총장 이준범(학내분규, 1989), 14대 총장김정배(세금대납 의혹, 2002), 16대 총장 이필상(논문표절 논란, 2007) 등의 총장이 타의에 의해 사퇴했다. 라이벌로 언급되는 연세대학교의 역대 총장들은 이러한 경우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볼 때, 땅의 성정(性情)이 정직하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안암산의 봉우리에서 연결된 중출맥이 대학본부 뒤로 들어오는데, 여기에 1997년쯤에 물탱크를 만들었다. 중출맥은 옛날 궁궐에서 조차 보호할 정도로 중요한 용맥인데 이를 훼손한 것이다. 고려대학교의 기세가 꺾일까 두려운 사건이다. 삼각산의 정기가 안암산을 통해 들어오는 길목을 물탱크가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과거 총장의 퇴임이유가 군부독재에 항거해 ‘자유, 정의, 진리’를 수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하면, 물탱크가 설치된  1997년 이후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안암산의 중출맥에는 문과대학, 인촌기념관, 대강당, 학생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대강당, 전시관, 공연장, 인촌기념관, 운동장과 같은 시설은 주요시설이라기 보다는 부수건물이다. 그러므로 외곽이나 접근이 용이한 곳이면서 캠퍼스 전체로 볼 때 이를 보완하는 자리에 위치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 마당에 세워진 고려시대 석탑_예로부터 석탑은 풍수적 비보책이었으니 동북방이 허약한 고려대로써는 적절한 위치에 석탑을 세웠다.

2001년도에는 운동장을 헐고 중앙마당을 만들었다. 운동장에는 흙이 있었지만 지금의 중앙마당에는 지하주차장을 만든 콘크리트 바닥 위에 돌을 깔아 놓았다. 흙은 자유시민정신과 보편주의와 포용정신, 그리고 공동체정신을 상징하지만, 규격화된 돌은 전통과 위업에 매몰된 획일화, 규격화와 권위주의에 경직된 모습이 보인다. “민족의 배움터가 더욱 사랑받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풍수적 비보책, 안암골 호랑이

땅의 주인은 산이고, 산의 주인을 산신령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선조들은 다른 민족과는 다르게 산악숭배신앙이 있었다. 산의 정기가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촉매재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흔적들은 불교나 유교, 도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 고유의 사상이다. 천 년 전에 최치원 선생께서 말씀하신 풍류도의 일면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고려대학교의 상징동물이 안암골 호랑이인 것은 바로 상징물을 통한 풍수적인 비보책이기도 한다. 산신령과 호랑이는 동격이므로 안암골 호랑이는 고려대학교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수호신은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한다. 지금 안암골 호랑이는 어디에 있는가.

맨홀에 새겨진 호랑이 머리와 100주년 기념관을 지키고 서 있는 석호.  고려대학교의 '안암골 호랑이'는 상징물을 통한 풍수적인 비보책이 하나이다. 이와함께 호랑이가 자기의 몸을 숨길 수 있는 대나무 숲을 조성하면  더욱 좋겠다.



보현봉과 형제봉에 이어 구준봉은 성북동을 감싸고 있다. 구준봉은 백악산(북악산, 342m)을 오른쪽으로 밀어주면서 왼쪽으로는 성북능선을 만든 것이다. 이는 성북능선이 백악을 만드는 하나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성북능선은 구준봉에서 서쪽으로 백악능선을 만들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는 능선이란 뜻이다. 따라서 고려대학교는 나라의 새로운 기운을 여는, 우리나라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훌륭한 배움터라 할 수 있다.

하늘은 일의 단초를 만들고 땅은 그 일을 번성하게 한다고 했다. 하늘은 사람이 살아가는 기(氣)를 만들고, 땅은 그 기를 더욱 피어나게 하고, 사람은 하늘이 감추고 땅도 비밀로 하는 생기의 감응을 받아서 이 세상을 이어가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정신적 가치인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유와 정의와 진리의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가 되기를 기원한다. [qsoon]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성균관대학교유학대학원 석사학위취득. 계명대학교 졸업. 대기업 점포개발 고문역임. 문화센터, 대기업, 평생교육원 강의. 청운대학교 · 동방대학원대학교 출강. 빌딩, 점포선정, 점포, 사무실, 아파트, 묘지 풍수컨설팅 다수. www.location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