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의 기개를 담고 있는 관악산
관악산의 능선에 의지했던 조상들의 삶을 살펴보기 위해 능선을 구간별로 나누기로 한다. 첫째 낙성대 구간, 둘째 사당동 구간, 셋째 국사봉 구간, 넷째 서울현충원 구간, 다섯째 노량진 구간이다. 급격한 도시화로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곳곳에서 조상들의 아름다운 향기를 찾을 수 있었다.
낙성대 구간 - 강감찬 장군과 이순신 장군
관악산 자락인 관악구 봉천동에 별이 떨어졌다. 948년 별이 떨어지고 고려시대의 명장인 강감찬이 태어난 곳이 바로 낙성대이다. 이곳에 있던 낙성대 3층석탑은 13세기에 백성들이 장군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인데 지금은 낙성대 공원으로 유명한 안국사(관악구 봉천동 산 48)로 옮겨져 있다.
별은 풍수지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늘에 있는 별의 정기가 받아서 땅위의 산봉우리의 기운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목성․화성․토성․금성․수성이라 하는 것이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름이기도 하지만, 풍수학에서는 산봉우리의 모양으로 산을 오행으로 분류하는 기준이다. 시쳇말로 전략적 제휴를 했다는 의미이다. 예수의 탄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베들레헴의 별인 것처럼 서양에서도 하늘의 별은 위대한 사람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렇듯 대지에 발을 디디고 사는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위대한 인물의 수호신으로 만들어 그에게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다.
낙성대 건너편에는 덕수공원이 있다. 덕수공원은 덕수이씨의 사패지지로써 충무공 이순신의 5대조인 이변(李邊 1391-1473)의 묘와 고조부인 이효조의 묘, 증조부인 이거의 묘가 함께 있는 <덕수이씨 문중묘역>이다. 이변은 세조 때에 대제학과 영중추부사(정1품)를 지낸 분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관악산의 기암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충무공 이순신은 성웅으로 우리가 높이 받드는 분이다. 이순신장군의 탄생의 뿌리가 낙성대 부근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조상의 유골이 땅 속의 생기를 받아서 후손들에게 기운을 전달한다고 믿는 것이 풍수학이므로 위대한 사람이나 현명한 사람이 태어나면 조상의 묘와 관련을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관악산은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험한 산이다. 관악산의 능선이 살기를 거의 완전히 벗어나는 지점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까치고개이다. 까치고개를 넘어서면서 관악산의 능선이 흙으로 바뀌고 있다. 험한 산세가 여러 변화를 거쳐 살기를 벗고 순하고 부드러워지는 지점이라야 사람들이 친숙한 공간으로 이용하게 되는데, 이를 풍수 용어로 박환(剝換)이라고 한다.
풍수학에서는 흙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풍수경전 <청오경>에서는 ‘땅 속의 길한 기운은 흙을 따라서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한다. 즉, 좋은 흙이 없으면 길한 기운이 나타나지 않는다. 풍수학에서 흙은 만물을 생산하는 모체이다.
낙성대공원 안국사 앞마당에 서 있는 강감찬장군 동상과 관악산 정상. 별이 떨어졌다는 것은 관악산의 정기를 받았다는 것과 상통한다.
관악산의 능선이 남부순환도로에 의해 끊어진 곳을 생태 복원하여 다리를 만들어 능선을 이었는데 ‘관악까치자연길’이라고 이름지음.
사당동 구간 - 전주이씨 함풍군의 후손이 살던 곳관악산의 정상에서 인현고등학교를 거쳐 까치고개를 지나면 사당동이다. 사당동의 유래가 사당이 있었던 마을이라는 의미이므로 사당동에는 무덤이 많았던 지역이었다. 도시계획으로 또는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무덤이 이장되었겠지만, 지금까지도 까치산공원 부근에는 <동래정씨임당공파묘역>과 <전주이씨 효간공이정영묘역>이 남아있다. 이들 묘역에는 각각 15기 정도의 묘가 있다.
효간공 이정영묘역 아래에는 그의 후손이 보리밥집을 경영하며 조상의 묘역을 돌보고 있다. 전주이씨 함풍군의 후손이 여기에 정착을 한 것은 500년전이다. 함풍군의 후손들에서는 유독히 무인벼슬인 장군이 많이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절충장군(折衝將軍, 정3품 당상관), 어모장군(御侮將軍, 정3품 당하관)이란 글귀가 묘비와 족보에서 많이 발견된다. 관악산 정기가 무인들과 많은 인연이 있다는 것이 다시 증명되는 순간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조산(朝山)은 덕수공원에서 보았던 기암능선과 동일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조산이란 멀리 보이는 산으로 손님의 역할을 한다. 귀한 손님이 왔다면 주인도 귀한 신분이라는 역발상으로 접근한 개념이다. 조산은 기운이 충천하고 멋있고 아름다운 것을 제일로 본다.
<덕수공원에서 본 조산, 상>과 <전주이씨묘역에서 본 조산, 하> : 이순신장군의 고조부 묘와 증조부 묘에서 본 조산과 전주이씨 묘역에서 전방 우측으로 보이는 조산이 같다. 이순신 장군의 후손에서 어영대장, 수군통제사 등 무인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함풍군의 후손에서도 절충잔군, 어모장군 등 무인들이 많이 나온 공통점이 있다.
전주이씨 함풍군파 묘역이다. 함풍군과 그의 후손들이 묻혀있다 (동작구 사당동)
국사봉 구간 - 양녕대군 이재 묘
까치산공원까지 이어진 관악산의 지맥은 다시 상현중학교에서 분기되는데, 그 중 한 줄기는 상도근린공원을 거쳐 보라매공원으로 이어지던 능선은 국사봉에서 기운이 솟구치는데 그 아래에 태종 이방원의 장남인 양평대군의 묘가 있다. 까치산을 넘어서면 상도동이다. 상도동이란 상여꾼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구역에 얼마나 많은 무덤이 산재해 있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상여꾼들이 모여 살면서 생활할 정도였다는 것은 묘지작업이 빈번했다는 것을 일러준다. 그러고 보니 상도동 양녕대군(태종 이방원의 장남)의 묘에서 사당동의 함풍군(정종의 증손)묘역과 방배동의 효령대군(태종 이방원 차남)의 묘, 서초동에는 임영대군(세종의 4남)이 살았고, 수서의 광평대군(세종의 5남)의 묘역까지 한강 이남을 동서로 벨트를 만들고 있다. 조선시대 전주이씨들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서울현충원 구간 - 애국선열과 영령들
관악산의 지맥은 상현중학교를 기점으로 상도동과 사당동 사이의 [작은고개]를 넘어서 국립서울현충원의 주봉인 [서달산 공작봉]으로 이어진다. 서달산이 좌우로 공작새의 날개처럼 펼쳐서 현충원을 감싸고 있다. 서달산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 이름이다. 이 시대의 수많은 애국애족 전사자들과 무명용사들이 누워 계시는 성지이다.
서울현충원은 한국동란 직후 착공되어 1957년에 준공되었다. 이승만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지창룡선생이 동작동 국립묘지를 선정하였다. 그는 이곳을 공작장익형(孔雀張翼形) 대지라고 말했다. 그와 반대의견을 지닌 풍수사도 있다. 동작동 국립묘지의 주봉의 솟구침이 약하다는 의견, 한강이 굽이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화살같이 쏘면서 들어오는 형국이라는 의견, 수구가 열려있다는 의견, 내당의 물이 직수로 빠져나간다는 의견 등등 다른 의견들이 많다.
그런 의견들이 많아도 필자는 적당히 무시한다. 이미 대한민국의 역사상 유래 없는 발전으로 국운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한국동란이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세기와 21세기를 통틀어서 최빈국에서 세계무역 10위를 기록한 국가가 되었고, 피원조국에서 원조수여국으로 국격이 상승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루어 낸 세계중심국가로 우뚝 서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영령들이 그 흉한 요소들을 온몸으로 이겨냈다는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힘을 합하여 역경을 이겨낸 것이라고 믿고 싶다. 땅 위에는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가 구분되고 있지만, 나쁜 자리라고해도 우리의 운명이라면 헤쳐 나가면서 극복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약간의 시련은 오히려 우리를 단련시키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늘의 시(時)가 도와주지 않으면 땅이 옥토라 해도 싹을 틔울 수 없으며, 땅이 옥토라도 사람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생산물을 거둘 수 없다. 그와 반대로 사람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하늘의 때가 도와주지 않으면 곡식은 열매를 맺지 못하며, 하늘이 도와주고 사람이 노력한다고 해도 땅이 거칠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것이 하늘과 사람과 땅의 기운이 합쳐지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삼재(三才)의 원리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단군 이래 최대의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가장 부유하게 살고 있다. 하늘이 도와주고 있으며 땅이 받쳐주고 있음이다. 이에 우리 국민들이 피땀을 흘리며 노력한 결과이다. 땅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자리의 선택은 바로 국운과 맞물려있다. 우리의 국운은 아직도 기운이 성성하다. 현충의 달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대한의 영령들에게 옷깃을 여민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아파트촌이 상도동이다. 바로 뒤로 공작새 둥지 같이 보이는 둥근 숲이 서울현충원이다. 한강이 흘러 들어오는 모습이다. 풍수에서 물길은 감싸 안는 것을 제일로 본다. 한강의 흐름이 무정한 듯 보이므로 국민들이 현충원을 더욱 사랑하고 자주 참배하는 것이 비보책이다
관악산을 오행으로 구분하면 화산(火山)이다. 풍수학에서는 ‘주산이 암석이면 명장자손 나고 기암이면 특출한 자손 난다’고 하였다. 화산(火山)의 원시적인 발상은 화재이지만, 문화적인 발상은 감성과 열정, 개혁과 혁명, 지조와 용기 그리고 로맨스를 의미한다.
강감찬 장군과 이순신 장군의 파격적인 발상과 진취적 기상은 관악산의 정기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 조선의 일대사건인 쿠데타를 온몸으로 막고자 했던 사육신의 묘가 관악산의 마지막 능선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사육신은 누구인가. 쿠데타에 저항했던 대한민국 역사가 지니고 있는 충절의 모델이다. 사육신묘도 관악산의 지맥이 한강을 만나서 능선이 맺힌 자리이다. 관악산의 절개와 열정이 사육신의 충절을 드높이고 있다.
국립현충원에는 젊음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킨 영령들을 모시고 있는 우리나라의 성역이다. 이 나라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가진 선열들이 쉬고 있는 자리이다. 또한 현재 수도방위사령부가 관악산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관악산의 기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히 관악산의 정기는 무인의 기개를 보듬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놓여 있다고 생각한 관악산이 바로 우리의 곁에서 이렇게 변함없이 오랜 시간 아무 일 없는 듯이 한결같이 자기의 직분을 다하고 있었다. 우리가 관악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없는 이유이다. 풍수는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말하지만, 그로 인하여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현명한 사람들은 결코 풍수를 무시하지 않는다.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석사학위취득. 계명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현)청운대학교 외래교수. 동방대학원대학교 출강. 대기업 풍수마케팅 및 점포개발 고문역임. 대학교･문화센터･대기업･평생교육원 강의 및 강연. 빌딩･점포선정･점포･사무실･아파트･묘지 풍수컨설팅 다수. www.locationar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