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람과산 3월호_김규순의 풍수이야기

왕과 사대부들의 묘지가 가득한 남양주

글 사진 ||  김 규 순 

수석동 강 언덕에서 바라본 미호 ___
한강이 흘러들어오는 경관이 아름답다. 백년전에는 이곳에 규모가 상당한 석실서원이 있었다. 고종의 명으로 서원이 헐렸고, 안동김문의 재산은 몰수되었다. 고종이 홍릉을 조성하면서 그곳에 있던 조선개국공신 조말생의 묘를 이곳으로 이전시켰다.

한강변은 사대부의 생활터전
입춘이 지났어도 여행길은 춥다. 미호(渼湖)에 떠 있는 얼음은 경칩이 되어야 풀릴 것이다. 미호는 미사리 앞에 있는 한강구역으로 지금은 경춘고속도로의 미사대교가 놓여 있다.
남양주에는 왕과 왕족들의 무덤과 사대부들의 생활터전이 산재해 있다. 한강은 교통이 불편했던 시대에 고속도로와 같은 기능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한강변을 따라서 한양 명문가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경기도 특히 한강주변에 가족묘원을 조성했고, 별장들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명문 귀족들에게 한강위의 배는 그 당시 최첨단 자가용이었으며 풍류를 즐기는 놀이터이기도 했다. 한강변은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상용과 청에 끌려간 김상헌의 안동김씨는 와부읍 덕소리에, 대동법을 주창한 김육의 청풍김씨는 와부읍 삼패리에, 성종의 사촌동서 이맹현의 재령이씨와 중종반정 공신 박원종의 순천박씨는 와부읍 도곡리에, 유강의 기계유씨는 화도읍 차산리에, 다산 정약용의 나주정씨는 조안면 능내리에, 한음 이덕형의 광주이씨는 조안면 송촌리에 마을 이루고 살았고 그들의 무덤도 자리하고 있다. 특히 와부읍과 조안면은 한양에서 20-30여리 정도로 가까워서 매일 조보(조선시대에 매일 발행된 관보)를 받아 볼 수 있는 유리한 거주지였다.




다산 정약용 생가_
다산 정약용의 생가 뒤의 능선에 그의 무덤이 있다. 팔당댐의 건설로 한강의 물이 생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풍수로 왕이 된 수양대군
광릉수목원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는 세조가 잠들어 있는 광릉이 있다. 수양대군은 풍수로 왕이 된 인물이다. 조선왕실의 풍수는 역풍수였다. 역풍수란 길지에 무덤을 쓰는 것이 아니라 흉지에 무덤을 쓰게 하여 상대방이 몰락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최초의 인물이 태종 이방원으로 정동에 있던 이성계의 둘째부인의 정릉을 정릉동으로 옮기고, 친형인 회안대군이 죽자 그의 후손으로 왕이 태어날 길지라는 말에 묘지 뒤의 땅을 파헤쳐 땅의 기운을 끊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태종 이방원의 방법을 학습한 이가 바로 수양대군이다. 그는 17세에 이미 중국 사신을 접대할 정도로 학식이 출중하고, 경세지관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 그는 유학뿐만 아니라 잡학에도 능통했음이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그의 야심은 형수였던 세자빈(현덕왕후)이 죽었을 때부터 싹텄던 것으로 보인다.
빈궁의 능소를 안산 고읍 땅에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바닷가에 무덤을 만들지 않는 관례를 깬 것부터가 이상한 조짐이다. 세종께서도 “그 땅이 바다에 가까워서 파도소리가 있을까 염려 된다 ”고 세종왕조실록에 전하고 있다. 소릉(현덕왕후의 폐릉지-안산고읍)의 선정에 관여한 풍수사는 최양선이다. 그의 풍수실력은 섬뜩할 정도로 영감과 직관을 갖고 있었다. 그를 눈여겨본 수양대군은 은밀히 그를 가까이 하였다.
안평대군과 민의생은 목효지가 흉지라고 세종께 상소한 소릉에 갔다가 최양선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한다. “처음에 주산(主山) 동쪽 가까이 혈(穴)을 정하고, 다시 안산(案山)에 올라 그 산맥을 살펴보고 조금 서쪽에다 고쳐서 혈을 정하였는데, 최양선이 고쳐 정한 곳에 광(壙)을 파지 아니하고 처음에 정한 곳에다 광을 팠으므로, 민의생(閔義生)이 이를 힐책하니, 양선(揚善)이 망령되게 말하기를, ‘내가 마음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실로 공(公)이 정한 바이다.’라고 하였다.”(조선왕조실록 세종23년 신유(1441) 8월27일(신묘) 그 후 최양선은 수양대군의 권력에 기대어 종3품의 벼슬까지 오르고 80세가 넘도록 천수를 누린다. 이는 1464년(세조10년)에는 세조가 늙은 그를 위로하는 자리를 가졌던 것을 보아서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소릉을 점지할 때 수양대군의 야심은 최양선을 통해 드러난 것이었다. 

광릉_
사진의 왼쪽 언덕에는 세조가, 오른쪽 언덕에는 정희왕후가 누워있다.
주산은 좋으나 용쟁호투의 형세이다.

운악산봉선사 __
광릉을 관리하는 원찰이다. 사대부가옥에서 볼 수 있는 행랑이 지어져 있다. 사찰이라기 보다는 궁궐에서 나온 사람들의 숙소 개념의 사찰이다. 봉선사는 용암산에 있는데, 광릉이 운악산에 있어서 운악산봉선사라고 했다.

세조는 왕이 되고자 풍수 계획표대로 움직였다. 형인 문종을 흉지에 묻은 뒤에 계유정란을 일으켰으며, 왕이 된 후 저항세력이 거세지자, 1457년 6월21일?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시키고 영월로 유배를 보낸 직후 단종의 모친 현덕왕후의 소릉을 파헤친다. 현덕왕후의 소릉이 파헤친 것은 6월26일이고, 세조의 장자가 죽은 것은 9월2일이다. 세조의 큰 아들이 죽은 것은 귀신이 된 현덕왕후가 저주를 퍼부은 것 때문이라고 야사에 전한다. 세조는 현덕왕후의 저주에 복수를 하고자 의경세자의 무덤이 완성되기 며칠 전에(10월21일) 단종을 죽였다. 마치 자기 후손을 위한 제물로 바치듯이. 단종의 시신조차 땅에 묻지 못하게 엄명을 내린 탓에 시신은 동강의 물가에 버려진다. 엄흥도가 몰래 시신을 거두었으며 중종15년(1516년)에야 정식적으로 제사가 지냈다. 



수종사에서 본 두물머리__
경관이 좋아 왕실과 연관이 많은 사찰이다.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던 길에 머물었다는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의 경관이 수려하다.



운길산 수종사의 팔각오층석탑(보물)-_
보물 팔각오층석탑과 정의옹주의 부도탑이 있어서 왕실과 관련이 많은 사찰이다.

수종사 전경 _
명승지에 자리잡은 사찰이다. 왕실과 관련이 많은 사찰이며 보물 팔각오층석탑과 정의옹주의 부도탑이 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의 경관이 수려하다. 도를 닦기보다는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쌓여있을 것 같은 사찰이다.

세조 이후의 왕을 살펴보면, 장남 덕종은 20세, 차남 예종도 20세(재위 14개월), 장손인 성종은 36세(12세등극), 성종의 장남인 연산군은 31세, 성종의 차남 중종은 67세, 중종의 장남 인종은 31세(재위8개월), 중종의 차남 명종(1534-1567, 12세등극)은 34세로 수명을 다한다. 뿐만 아니라, 세조 사후 100년 동안 이렇다 할 업적도 없다. 선조는 임진왜란, 인조는 병자호란을 겪어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왕조는 풍전등화처럼 위험했기에 왕으로서 품위도 지키지 못했다.



덕흥대원군묘__
명당이라고 하지만 대범하지 못한 소탐대실의 형세이다. 아들 선조가 어부지리로 왕의 자리를 얻었다. 풍수의 덕이라기보다는 천기에 의해 왕이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락산흥국사___
선조의 아버지 덕흥대원군의 묘를 관리하는 원찰이다. 대웅전 앞의 요사채가 마치 궁궐 속의 건물처럼 보인다. 사찰이라기보다는 대가집 마나님의 별장 같다.

사릉__
단종비의 릉이다. 비운의 여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단종비는 묻힐 곳이 없어서 단종 누이의시집 해주 정씨 땅에 묻혔다.

성묘__
광해군의 생모의 무덤이다. 사릉에서 가깝다. 광해군이 임금으로 있을 때 조성된 무덤이라 왕비에 준하는 무덤양식을 지니고 있어서 석물들이 크고 화려하고 위엄이 서려있다. 살아있는 권력의 막강함을 보여준다. 건너편 능선 자락에 광해군의 무덤이 있어 서로 마주보고 있다. 20미터 앞에 풍양조씨 시조묘가 있다.

수양대군이 형수를 절손지지(후손이 끊어진다는 땅)에 묻고서, 형인 문종이 죽자 그의 무덤(현릉)도 절손지지에 묻게 한다. 수양대군은 조카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풍수라고 철저하게 믿었고 실행에 옮겼다. 풍수야 말로 조상의 신령스런 기를 받아 천명을 바꾸어 왕이 되고자 했고 결국은 임금이 되는데 성공했으나, 풍수의 힘으로 그를 계승한 왕들이 강력한 권자에 앉게하는 것은 실패했다. 아버지의 충신이 나의 역적이 된 상황을 연출한 사람이 세조이다. 그가 70여명의 충신들을 죽이는 바람에 조선은 유약해졌다. 우주는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을 천지인 삼재(三才)라고 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영역이 따로 있다. 천지인은 서로 조화로울 때도 있지만 충돌할 때도 있다. 세조는 70여명을 죽이면서 천명을 짓밟았기에 풍수로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