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 조헌 선생묘에서 바라본 표충사    조헌 선생 묘의 좌청룡·우백호 사이가 터져서 계곡이 들이치고 있다. 조헌 선생의 후손에 명손이 없는 이유가 아닐까 적이 걱정된다. 조헌 선생의 동생이 후율당 뒷산에 시신을 모셔 놓은 것을 호서의 거유巨儒 우암 송시열이가 이곳으로 이장하였다고 전한다.

풍수적 관점은 두 가지가 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의 기운을 얻는 것과 자기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가서 사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곳에서 태어났는가를 보면 기질을 알 수 있고, 그 사람이 어떤 곳에서 살고 있는가를 보면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중봉 선생이 옥천을 눈여겨보고 정착한 것은 비단 같은 금강의 선경仙境을 즐기고자 하였지만 어지러운 세상은 그를 가만히 있게 두지 않았다.

이지당   율곡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자신을 후율後栗이라고 부른 중봉 조헌선생이 후학을 기르던 곳이다. 금강 변에 기반암과 암석으로 둘러싸인 절해의 고도 같은 곳에서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입지를 선정한 곳이다. 약간의 소음이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듯이 강물소리를 벗 삼아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조헌선생의 자연에 대한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다.

중봉선생의 예상대로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옥천에서 1600명의 의병을 모아 영규의 승군과 합세하여 청주성을 탈환하는 쾌거를 올린다. 의령의 곽재우 장군의 경우와 함께, 옥천의 조헌 선생도 왜군이 호남으로 진격하는 길목을 지켜냈던 것이다. 그러나 호서순찰사 윤선각의 방해로 의병이 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다시금 의병을 모아서 전세의 불리함을 알고도 왜군을 공격하여 700여명의 의병과 800이 넘는 승군僧軍이 모두 숨지는 결연하고도 처연한 전쟁을 수행했다. 옥천은 호남을 공략하기 위해 지나가야 할 관문이었다. 그의 명쾌하고도 단호한 성격은 왜군의 진격로를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 죽음으로써 왜군의 전력에 중대한 타격을 입혀 호남 공략의 예봉을 꺾어버렸던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풍전등화와 같이 위험했던 나라와 백성의 운명을 되살렸던 것이었다. 조헌 선생을 따르던 의병들이 하나같이 마음을 모아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것은 그 기개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상소를 올릴 때 도끼를 들고 나아가서 상소가 불온하다면 이 도끼로 내목을 쳐라고 대궐을 향해 외쳤던 자존감이 강한 인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겐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라가 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조헌 선생 묘소

중봉 조헌의 신도비    신도비의 뒤편에서 찍은 사진이다. 뒷마당이 앞마당인 것 같이 착각하게 만들어져 있다. 안내문도 뒷마당에 세워져 있다. 정작 앞마당이 좁아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옹졸해 보여서 싫었다.

한국인의 그리움을 묘사한 정지용

옥천은 비옥한 땅과 맑은 물로 상징되는 고장이다. 옥천은 송강 정철의 후손,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곳이다. 그의 대표적인 시 <향수>의 시어는 이동원과 박인수의 노래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의 영원한 고향이 되었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   옛 모습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서 안타까웠다. 나지막하고 출입구가 작은 초가집이 아닌 것이 궁금했다. 초가집의 높이와 방문의 높이가 기와집에 초가를 얹어 놓은 것 같이 생경스러웠다.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대한민국 현대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정지용. 그의 시어는 청각화와 시각화로 묘사되어 눈을 감아도 보이고, 소리없이 들리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그의 주옥같은 시는 옥천의 하늘과 땅이 간직한 청아한 기운을 품고 있다. 그의 생가를 보아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리 부유한 집안은 아니었다. 아니 부잣집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지척 간에 만석꾼 부잣집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만석꾼 집안의 육종관씨가 그이다. 부자의 기운은 순간적으로 강력하므로 블랙홀처럼 강력하여 양립을 불허한다. 특히 농경사회의 부자는 한 고을에 한 명만이 존재한다. 그가 부잣집의 아들이었다면 영롱한 시어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자의 기운은 맑기 보다는 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