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집을 살 때 집터까지 사는 것이지만, 건물에만 신경 쓰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본다. 집터가 어느 동네인지 행정적인 지명에만 관심이 있지 집터가 산 능선에 있는지 산 옆구리에 있는지 또는 물이 감싸는 곳인지 들이치는 곳에 있는지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을 판단하는 것이 풍수적 기술이다.

집터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땅을 다듬은 것이고 가옥은 인공물이다. 좋은 집은 자연과 인공물이 잘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경제적 여건에 맞추어서 집이든 건물이든 구입하겠지만, 건물에 비해서 터가 너무 크거나, 땅에 비해서 건물이 너무 큰 것도 꺼릴 대상이다. 집터의 높낮이 정도야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겠지만, 그 외에 장소를 옮긴다거나 엿가락처럼 늘린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터라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경도와 위도가 정해져 있고, 주위의 강이나 산도 바꿀 수 없다. 심지어 그 터를 감싸고 있는 하늘도 바꿀 수 없다. 하늘이란 기후로 기온과 습도 그리고 일사량이 포함되고 사계절마다 부는 바람과 강우도 해당된다. 결론적으로 똑같은 집터는 없으므로 집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대상이다. 기획부동산은 집터를 포장해서 파는데, 이는 사람들이 집터 선택에 대한 안목이 미미한 것을 악용하는 것이다.

혹자는 건물터가 무어 그리 중요하냐고 말한다. 요즘은 건축술이 좋아서 어떤 난관이 있어서 건물은 잘 짓는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가끔 건물과 집을 헷갈리고 있다. 사무실이나 점포 또는 공장, 관청과 같은 건물은 에너지 충전을 위해 짓는 주택과 다르다. 집은 매우 평온한 곳이어야 한다. 건물은 집이 아니고 일을 하는 장소로 개념을 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집터는 가장 정제된 최상급의 자리로 쾌적함과 평온함이 전제되어야 좋은 집이다. 사람들은 오랜 경험의 축적으로 집짓기에 좋은 땅이 어떤 것인지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집터와 가옥의 관계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다이아몬드 가공의 관계와 같다.

크고 질 좋은 원석에 디자인가공이 매우 잘 되었다면, 금상첨화요.
크고 질 좋은 원석에 디자인가공이 형편없었다면, 아까운 일이다.
탁하거나 흠결이 있는 원석이지만 디자인가공을 훌륭하게 했다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질 나쁜 원석에 디자인가공도 엉망이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좋은 땅에 가옥도 최고의 전문가가 단아하고도 멋들어지게 지은 집이라면 금상첨화이다. 
좋은 땅이지만 허름한 주택이 있었다면 아깝겠지만, 땅은 주인을 잘 만나면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다. 좋은 땅이라면 언젠가는 안목 있는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땅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가옥만은 잘 지어야 한다. 그래도 2% 부족하겠지만, 그것은 마음과 정성으로 채워야 한다. 다시 말해 부족한 부분은 보태고 남는 부분은 덜어내어서 사용해야 한다. 이것을 풍수에서는 비보풍수라고 한다. 땅의 성정이 험하다고 해도 집은 잘 지어야 한다. 땅은 공산품처럼 공급되지 못한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더 좋은 땅을 선택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주어진 땅을 개선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좋은 집을 지어야 한다. 집을 구입할 경우 가옥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지만, 집터도 잘 살펴볼 일이다. 그곳이 내 인생에 에너지를 공급할 보금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