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이란
조상을 땅위에 두지 말고 땅속에 모시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덤은 신성한 곳으로 여긴다. 누구나 무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나 무덤을 만들지 못했다. 종교적인 이유와 문화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무덤은 계급의 특권이었다. 옛날에는 왕족이나 귀족계급이 아니고서는 무덤을 만들지 못하였다. 고분은 타임캡슐과도 같다. 고분의 출토유물에 근거하여 그 시대의 생활상을 추정하고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철학적인 문제까지 해결하곤 한다.

지금은 무덤이 관광지가 되어 나라와 지역의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진시황릉병마용과 명13릉,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로마의 산피에트로대성당지하의 성베드로무덤, 고인돌, 조선왕릉 등등이다. 이름도 없는 고분들은 수천년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서 출토유물을 통하여 역사를 다시 쓰기도하고 그 당시의 생활상을 추정하기도 한다.

무덤이란 시신을 묻어 놓은 곳이다. 산사람이 아니라 죽은 시신이 누워 있는 곳이지만, 죽은 사람에게 보다는 산사람에게 더욱 중요한 공간이다. 할아버지와 부모님과 연결고리가 되는 무덤은 우리에게 살아갈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곳이다. 산사람이 자주 찾는 곳이며, 죽은 이와 대화를 하고 용서를 빌고 미래를 다짐하는 곳이다. 이런 곳이 없어진다면 이 세상은 흉흉한 곳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가끔 조상의 무덤에 가서 새로운 구상을 하는 기사가 신문지상을 장식하곤 한다.

지금은 경제적인 문제로 무덤을 만들기가 어렵다.

산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무덤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금전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무덤을 만들지 않는다. 부모의 유산이 수백억원대이고 평당 5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도 부모의 묘지를 구하기 위해 산을 구입하는데 1억원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선산이 있어서 묘지를 만드는데도 비용지출에 인색하다. 자기는 평당 2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조상은 묘지 조성비 작업비 500만원도 아까워서 싼 곳을 찾아서 전화를 돌린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모양이다. 자기는 최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조상의 묘지는 싸구려 작업자에게 맡기는 꼴이다.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므로, 무덤을 잘 만드는 (최)상급의 작업팀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급팀과 하급팀의 작업비 차이가 기껏 300만원에 불과하다.

오히려 산을 팔기위해 묘지를 파내고 있다.

무덤을 파내고 조상의 유골을 화장하여 납골당으로 모신 후 산을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 죽은 조상보다 살아있는 <내>가 더 급하다. 부모가 자신이 묻힐 산을 구해놓았는데도 그곳에 모시지 않는다. 그 산을 매매하는데 무덤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이유이다. 그래서 돌산을 깎아서 만든 공원묘지에 무덤을 만든다. 돈이 판단기준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돈은 중요하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부모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문제이다. 그 자식의 자식도 부모가 죽으면 계산기부터 두드릴 것이다. 뿌리 없는 집안, 뼈대 없는 집안이란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돈보다는 정신으로 사는 곳이다. 서양에서도 위대한 인물이 태어난 곳과 자란 곳 그리고 죽은 무덤을 신성시한다.

묘지를 만든다는 것도 자연의 훼손이라는 주장이 있다.

호화분묘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훼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을 들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 후에 매장하는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화장을 해서 25*25*25cm 크기의 나무상자 유골함을 만들면 하나의 무덤 크기에 20개 이상의 유골상자를 묻을 수 있다.

지금 조상의 무덤을 정리하여 한 곳에 모으는 문중들이 많다.

납골당이나 납골묘로 만들지 말고, 즉 땅위에 두지 말고, 땅속에 매장하기를 권한다. 납골묘를 만들기 위해 석물로 인공물을 짓는 것은 흉하며 오히려 자연을 해지는 구조물로 변한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서 허물어지면 하여금 흉측스러울 것이다. 조상의 유골을 땅속에 묻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어서 편안하게 모시자. 조상의 유골이 구천을 떠돌아다니게 하지말자. 구조물이 서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구조물이 없어지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것이 허튼 말이 아니다.

명문가에서 인물이 나오는 것이다. 집안마다 사람의 성정이 있어서 그 성정에 밎는 시대를 만나면 빛을 발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시대를 앞서나가는 집안은 시대에 따라 필요한 인물을 공급한다. 예로부터 집안의 인물은 조상의 정기를 필요로 한다. 조상의 유골이 땅속의 생기를 만나서 후손들에게 정신적인 내공을 전달하는 것이다.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잘 하는 것은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행운은 누가 주는 것인가 아니면 얻는 것인가. 서양에서도 인사말 중에 Good Luk! 과 God bless you.가 있다. 행운이 따르거나 신의 축복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조상이 나를 도운다고 했다. 조상의 도움이 없이는 될 일도 안 된다.

땅위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천년이 넘는 건축물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의 고분은 아직도 발견된다. 땅속은 반영구적이라는 의미이다. 죽으면 땅속으로 가는 것이다. 위폐가 아닌 유골을 집을 지어 땅위에 모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무덤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분을 위한 마지막 예의를 갖추는 의례이며, 이 통과의례를 통하여 조상과 후손간의 유대관계를 맺어주는 것이다. 생명은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것이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는 엄숙한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에너지원은 나의 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