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사 돼지석상

창원시 불모산에 성주사가 있다. 성주사는 장유화상(長遊和尙)을 위해 지어진 절로 전해진다. 장유화상은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許黃玉)의 오빠로 가락국에 함께 도착한 일행이다. 김수로왕은 유천간·신귀간 등을 바닷가로 보내어 망산도(望山島)에서 여러 날을 기다려 허황옥의 일행을 맞이하였다. 공주는 뭍에 오르자 맨 먼저 산신제를 올리고 나서야 김수로왕과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 첫날밤 허황후는 “하느님이 부모의 꿈에 나타나서는 ‘공주를 가락국 김수로왕의 베필이 되게 하라’ 고 하여 이 말을 좇아 김수로왕을 찾아 나섰다”는 경위를 말하였다.

이를 볼 때 허황후는 그를 따르는 무리가 수 십명이 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으며, 허황후 일행은 난민이 아니라, 김수로왕과 매파를 통하여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해상세력이 아닐까 추정할 수가 있다.

장유화상이 죽자 그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절이 성주사이다. 그 후 허황후의 일곱 아들이 불모산에 입산하여 스님이 되었다 전한다. 불모산(佛母山)이란 장유화상의 어머니 또는 허황후를 뜻하는 것으로 가락국에 불교를 전래한 설을 뒷받침하고자 만들어 진 지명이라 하겠다.

성주사 계단을 올라가면 우측에 두 마리의 돼지석상이 있다. 돼지 석상을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절에 코끼리와 사자, 용이나 거북이, 호랑이는 부처님의 수호동물로 절간에 새겨져 있거나 그려진 것은 자주 보거니와 석돈(石豚)이 있는 것은 희귀한 일이기에 궁금증이 일어난다.
 

▲ 망산도(望山島)

마당에 계시는 스님께 그 사유를 들어보았다. “성주사의 절터가 제비둥지혈로 명당자리인데 마침 대웅전 앞의 산이 뱀의 형상이어서 뱀으로부터 제비(성주사)를 지키고자 석돈을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이는 삼차원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돼지는 뱀을 잡아먹는 천적이다. 단순하게 물형론적으로 접근한 발상이다. 그러나 석돈에 숨어 있는 것이 있다. 오행 상으로 돼지는 물(水)이지만 뱀은 오행 상으로 불(火)이다. 물로 불을 이기겠다는 기운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불가적 분석으로는 돼지석상에 부처님의 불력을 불어넣어 흉악한 기운을 물리치고자 한 중생들의 풍수활용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제 아무리 흉악한 기운이라도 부처님을 해할 수는 없겠지만 중생들의 발원인 절집은 태워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절집은 대부분 목재로 지어졌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건조해진 목재는 불에 잘 타는 단점이 있다. 물이 부족한 산 중에 불이 나면 끌 수도 없다. 불은 사전에 조심하는 것이 최고이다. 돼지석상은 <불조심>이라는 표어를 고상하게 만든 것이다. 풍수는 이렇게 경고문인 경우가 많다. 풍수에서는 이것을 추길피흉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