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론_2015년 4월호

행복주택에 대한 꿈

글 :: 김 규 순

국토부는 3월31일 ‘행복주택의 표준임대 보증금 및 표준 임대료 등에 관한 기준’을 행정 예고하였다. 행복주택의 표준임대료는 주변 지역의 전월세 시세의 60∼80% 범위에서 입주 계층별로 차등화하여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표준임대료는 시간에 따라서 변동이나 수정이 가능하다. 현실적인 괴리가 있으면 조정하거나 수정 또는 변경하면 된다. 그 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복주택이 어디에 지어지느냐 하는 문제이다. 자칫 주거지로서 적합하지 않은 곳에 지어진다면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회초년생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도부지 위나 저류지 위에 행복주택이 지어진다면 편리한 교통보다도 불편한 주거 환경에 심신이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철도부지에서는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소음과 오염된 공기, 고압전류에 의한 악영향이 일반 주택지와는 다르게 나쁜 환경이고, 목동이나 송파의 저류지에 행복주택을 짓는다면 지하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건물이 지어지면 햇빛이 들지 않아 습한 기운으로 말미암아 해충이 서식하거나 부패하기 쉬운 환경이 조장되어 영유아들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주거환경으로는 부적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철도 부지나 저류지이거나 간에 지하를 사용하기 어렵고 토목공사비도 많이 소요되므로 건축비의 상승으로 고정비가 늘어난 상태에서 임대료가 줄어들 경우 많은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위험도 있다. 대부분 지상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30-40년이 지나 건물 수명이 다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당면문제에만 집중하다가 국민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수 도 있다는 것이 철도부지 위의 행복주택이다.

이참에 행복주택 공급을 정부주도로 영구임대공동주택만 공급하는 장기적인 제도로 만들어서 정착시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서민불량주거공간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대형아파트를 짓는 방식을 지양하고 서민주거지에 서민공동주택을 짓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주택건설은 민간에게 맡기되 서민을 위한 주택만큼은 정부가 주도하여 공급하는 방안이다.

지금 소형 건설업체는 주택가에 100평정도의 땅을 구매하여 5-6층의 공동주택을 지어서 분양하면 5-6개월 동안에 10-15억의 이윤을 남긴다. 소위 빌라주택을 짓는 민간 건설업자의 횡포와 폭리에 서민만 등골이 휜다. 건축법규 위반을 하지 않은 빌라는 거의 없을 정도이다. 허가가 나지 않은 공간까지 실내화하여 분양하니 지자체에서 감독을 하지 않고, 건축설계사와 짜고 치는 상황에서 서민들은 그런 사실을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 입주하고 있다. 건축자재는 불량품을 사용하는지 입주 다음날부터 하자 보수한다. 이런 사실을 정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주택지내의 택지에 조립식아파트 건설로 건설비를 절약하고 기존 주택가에 5-10층짜리 공동주택을 다량 짓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그에 따라 행복주택 특별법을 만들어 서민용 주택을 경제적으로 지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행복주택사업은 이번 정권에서만 끝나는 공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행복주택으로 이름만 바뀌고 시행방법이 달라서는 안 된다. 건설업자만 돈을 버는 정책이 아니라 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최상급의 거주환경이 아니라 차선책의 거주환경이라도 좋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주어야 한다. 국민이 서민이 건강해야 국가도 건강해진다. 의식주만큼은 큰 비용이 들지 않게 국가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