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론]

도시의 환풍구는 우물과 같이 위험하다

글 사진 :: 김 규 순(저널리스트)

판교에서 환풍구 추락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비단 판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서울에도 지하철 환풍구가 지천에 깔려 있다.

사고에 대한 책임공방이 대두되고 있다. 시설물에 대한 책임에서 공연관리 책임까지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설물의 관리라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환풍구에 대한 안전과 설계기준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안전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다고 한다. 시설물에 대한 법이 미비하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이다.

법적 책임을 논하는데 있어서 시설물의 관리에 대해 포괄주의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위험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시설물의 관리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위험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질지 모른다. 이런 위험을 열거주의로 명시한다는 것은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

사고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궁극적 책임은 입법기관을 포함한 국가에 있다고 하겠다.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군대와 경찰권을 이양 받는 대신에 국민을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데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우물에도 덮개를 만들었다. 우물은 물을 구하는 곳이므로 요긴하지만, 반대로 매우 위험한 장소였다. 우물에 빠지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녀자가 자살하기도 하고 아기가 놀다가 실수로 빠져 죽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 안에 우물 파는 것을 금기시 했다.

맹자는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측은해한다”고 하면서 우물에 빠지는 어린아이를 예를 들어 말하고 있다. 그만큼 우물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반증이다. 우물은 위험 한 것이기는 하지만 잘 관리하면 우리에게 물을 공급해주는 요긴한 곳이다. 그래서 위험하지만 우물을 팔 수 밖에 없고, 그리고 항상 우물을 관리하기 용이하도록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만들어 항상 감시하고 감독했던 것이다.

도시에 우물보다 더 위험한 구덩이가 환풍구이다. 건물지하로 통하는 환풍구와 지하철 환풍구가 경기도에 8400여개라고 하니 서울에는 몇 만개가 될 것이다. 덮개의 안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관련기관의 실책이다. 수 미터에서 수 십 미터 깊이의 구덩이를 방치한 것과 같다. 어떤 시설물에서 사고가 났다면 그 시설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이나 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사고를 기점으로 환풍구를 정밀점검하고 위험한 곳에는 환풍구에 유리벽을 설치하고 있다. 향후 환풍구가 도시의 미관을 저해하지 않고 보행자의 진로를 방해 하지 않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