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케치_2

조계사를 사이에 둔 우정국로와 율곡로

우정국로와 율곡로는 조계사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포진하고 있는 대로와 소로이다. 우정국로는 안국동 사거리에서 시작하여 종로까지 이어지는 대로이다. 우정총국 건물은 대로 옆에 있어서 찾기가 쉽다. 작지만 위엄이 서려 있는 건물이다. 혹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은 조계사의 부속건물인지 착각할 수도 있다. 우정총국은 우리나라에 근대적 우편이 시작된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예전에는 도화서圖畵署와 전의감典醫監이 있었던 자리이다. 

대한불교총본산 조계사는 우정총국의 바로 남서쪽에 있다. 조계사에는 일주문과 대웅전, 범종루와 대설법전이 전통 기와집일 뿐 주변 건물은 모두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이고 공간마저 넓지 않아서, 조계종의 본산이지만 그 위용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문 안에 사찰을 지을 수 없었으므로, 조선이 망하고 1910년에 지어진 사대문 안 최초의 절이었다. 그럼 그 이전에 조계사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경주김씨 김교헌(1868-1923)의 집이었다. 아버지는 공조판서 김창희.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 대사성, 동래부사, 규장각부제학이란 벼슬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로 활약하였고 대종교의 2대 교주가 되었다. 그의 7대조가 숙종의 장인 김주신으로 위세가 대단한 명문가였다. 독립자금으로 숙종이 내려준 막대한 재산을 팔았는데, 그 때 조계사의 자리에 있었던 사당과 종가집도 팔아치웠다. 나라의 독립운동을 위해 자기의 전재산을 팔아치운 것이다. 그 후 일제의 탄압을 피하여 1916년 동만주로 이주하였으며, 1920년의 청산리 전투에 기여한 바 크다. 이에 1977년 건국공로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조계사의 뜰에 회화나무(수령 450년, 서울시 지정보호수 제78호)와 백송(수령 500년, 천연기념물 제9호)이 서 있는 까닭을 이곳이 김교헌의 집이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회화나무와 소나무는 유교정신에 입각한 사대부의 집 앞에 서 있는 나무이며, 선비의 절개와 충절을 의미하므로 선비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계사를 위시한 수송동과 견지동 일대에 회화나무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는 왕의 장인이나 사위 또는 고관대작을 지낸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었음을 증명해 준다.

옛날 지명 수송동의 동쪽에 놓여 있는 율곡로는 조계사 서편에 있는 소방도로인데, 옛길의 형태를 띠고 있다. 조계사 뒤에는 제일모직･연합뉴스･외교부여권과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수송공원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의미가 중첩된 곳이다.

수송공원에는 1919년 삼일운동 독립선언서를 비밀리에 인쇄하였던 천도교의 보성사가 있었던 곳이고, 중동학교, 숙명여학교, 만주 신흥무관학교 후신인 신흥대학, 대한매일신보 창간 사옥이 있었던 땅이다. 공원 바로 옆에는 목은 이색 선생의 영당이 아직도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도 사대문 안에 건립된 유일한 영당이다. 유학자이지만 고려의 충신으로 절개를 지킨 목은선생의 영당이 사대문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땅의 쓰임새를 보며, 그것이 땅의 팔자라고도 생각해본다.
옛 사람들을 기리며 호젓한 옛 길을 걸어보는 여유를 가져보며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좋겠다.[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