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론] 월간서울시티_201401005

한국전력 삼성동 사옥부지의 태생과 평가

글 사진 | 김 규 순

땅과 풍수

땅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다. 서구적인 입지분석과 상권분석, 부동산 가치적 관점의 분석, 무심한 듯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의 풍수적 관점이 있다.

풍수적인 관점은 자연적인 요인과 인공적인 요인까지 통합하여 땅의 질을 묻는 것이다.

논어에 “내용물(質)이 좋아도 껍데기(文)가 하찮으면 촌스럽게 보이고, 내용물은 형편없는데 껍데기만 화려하면 실속 없이 요란하기만하다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라는 구절이 있다. 내용물도 좋고 포장디자인도 고급스럽거나, 내용물이 엉망인데 포장도 허접한 경우라면 고려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내용물은 좋으나 포장이 신통치 않은 경우와 내용물은 별로인데 포장이 기가 막히게 좋은 경우가 문제이다.

포장디자인이 신통찮아도, 내용물이 좋으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고객의 반응이 빠르지는 않아도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있다. 질은 나쁜데 디자인이 좋으면 어떠한가. 겉치레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겠지만, 결국 껍데기뿐인 것을 알게 되면 고객은 등을 돌릴 것이다. 복이 짧은 대신 흉은 반드시 찾아온다.

현대자동차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했다. 3조원 정도로 평가된 부지를 10조5500억에 구입했다고 매스콤이 떠들썩하다. 현대자동차 주가가 떨어지니 회장이 나서서 해명을 하고 있다.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는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다. 이 땅에 대한 현대자동차 회장님의 평가는 높은 가격으로 등급을 매겼다. 이곳이 과연 그만한 길지吉地일까. 요즘 말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현대자동차는 부지를 매입했지만, 건물을 비용도 천문학적인 금액일 것이다. 땅값에 걸 맞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현대자동차의 능력을 검증받을 차례이다. 그 땅에 어떤 건물을 짓느냐에 땅의 가치가 달려있다. 건물이 촌스러워지거나 요란하기만 한다면 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100년 동안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땅은 경쟁력

삼성동 한국전력사옥 부지는 물에 잠기는 땅이었는데, 매립한 곳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홍수가 날 경우 선릉주변까지 물에 잠겼다고 한다. 태생은 가히 최상급이 아니다.

1971년 잠실개발사업으로 공유수면을 매립한다. 한강의 본류인 송파강을 매립하고, 북쪽 신천을 확장하여 잠실섬을 육지화하였다. 한강 본류가 바뀌기 전 반궁수형태의 땅이 한국전력 삼성도 부지였다. 반궁수의 땅은 흥하는 땅이 아니다. 사람도 개과천성하기 어렵지만, 땅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 없다. 대치고개의 능선이 타천을 만나면서 거의 절벽에 가까운 급경사를 만든다. 이것이 반궁수 땅이라는 증거이다.

지금은 한강본류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므로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풍수적으로 길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말할 사람은 많지 않다.

당시 개발의 주역은 현대 대림 삼부 동아가 합작한 경인개발이었다. 현대자동차 회장은 왕회장의 마구잡이 개발 사업에서 남은 오래 묵은 올가미를 잡은 것이다.

고서에 의하면 땅은 부富의 근원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땅을 말하는 것이지 건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장사 잘되는 건물을 다른 곳에다 똑같이 지어놓으면 장사 잘됩니까?”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대답은 “아니요” 라는 대답을 들을 것이다. 지방을 가다보면 잘 지은 빌딩이 부도나서 폐쇄되어 있거나, 건물을 짓다가 방치하여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되는데 사람들은 땅의 능력을 보지 못한 채 욕심이 앞선 결과이다.

좋은 땅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면 탐욕이 된다. 탐욕은 가끔 기업인들에게는 독배가 되기도 하지만, 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정몽구 회장이 독배를 든 것인지 축배를 든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모씨의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은 틀림없다. 지구상에 백가지 복을 가져다주는 땅은 없다.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는 먹기 좋은 떡이기는 하나, 독박을 쓸 수 있는 땅이니 현대자동차 본사가 들어가서는 매우 불리하다. [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