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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차여행] 경주 양동마을 |
김정인 |
2005-12-18 |
44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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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경주 양동마을
[부산일보 2005-11-03 12:12]
테마여행을 기획하는 이들의 고민 하나. 요즘 사람들은 도통 걸으려고 않는단다.
차에서 내려 5분 이상만 걸어도 각종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문화재 코앞에까지 차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걷기를 싫어하는 세태들에게 차 없이 떠나는 여행은 어떨는지. 마치 '생고생을 각오하라'는 엄포로 들릴는지 모르지만 가끔은 시도해 볼 '기분좋은 모험'이 될지도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가을,기차여행을 떠나보자. 덜컹거리는 시간이 의외의 낭만으로 다가올 것이다.
#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기차가 달린다 막상 차를 두고 간다니 막막해 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기차역에서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차 시간은 자주 있는지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 우선 기차부터 타자. 뭐니뭐니해도 바다가 빤히 보이는 동해남부선이 최고의 기차여행 추천 코스. 동해 남부선 바다 여행과 경주 양동 민속마을이 오늘의 코스. 양동 마을은 벌써 가 본 사람도 있겠지만 기차로 가는 건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부전역에서 동해남부선 열차에 올라탔다.
덜컹거리며 도심을 빠져나가는 기분이 살짝 흥분을 일으킨다.
동래,수영 등 아는 길을 기차로 지나는 재미가 색다르다.
해운대 역을 지나며 객차 안에서 일순간 "와아~"하는 작은 함성이 일어난다.
시원한 푸른 파도와 널찍한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 보라와 흰색의 들꽃이 차창을 때리고 흰색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는 연방 날 보러 오라는 듯 유혹을 해 댄다.
좌천역을 지나며 바닷가 어촌 마을의 한가로움과 농촌 들녘의 풍경까지 선사한다.
울산 태화강이 보이고 호계,모화를 지나 출발한지 2시간여만에 경주역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대기하다가 포항행 열차를 타면 오늘의 목적지인 양자동역으로 갈 수 있다.
역사도 없고 역무원도 없고 바람결에 춤추는 코스모스와 들꽃만이 조용히 손님을 반겨주는 간이역이다.
# 시간의 문을 지나 조선 마을로 들어가보자 작은 계단을 내려오면 허허벌판뿐이다.
양동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어 약간 막막해질 수도 있다.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차길 옆을 따라 5분여 걸어가면 양동민속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거기서 다시 3분여를 더 걸어가면 큰 주차장이 나오고 양동마을을 안내해주는 문화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마을쪽으로 접어들면 마을 초입에 학교를 하나 만난다.
기와집 건물이 미리부터 양동마을의 특색을 알려주는 듯하다.
학교를 지나면 마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을 초입에서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않는다.
양동마을은 일명 '전협후광''전저후고'로 불리는 지형이다.
즉 마을 뒤로 갈수록 마을이 펼쳐지고 앞쪽은 낮고 뒤쪽이 높게 자리잡은 것. 마치 비밀의 정원에 한발 한발 다가가듯 그렇게 마을의 집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는 것. 아름다운 언덕에 집들이 편안히 앉아 있고 숲 속의 산새소리가 방문객을 반겨준다.
마을 초입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관가정과 향단. 넓은 대청과 작은 방들,구름 모양의 누마루가 예쁜 관가정은 격식을 갖춘 기품 있는 주택이다.
무엇보다 한눈에 들어오는 형산강과 경주의 들판을 품고 있는 경관이 일품이다.
가장 화려한 지붕 구조로 마을에선 단연 돋보이는 향단은 처음엔 99칸의 화려한 구조였다.
회재 이언적 선생이 모친을 모시고 일할 수 있도록 중종이 지어준 집. 조선시대 건축 중에서 드물게 2층 구조로 된 것이 특징이다.
# 종가의 기품이 살아있는 종택의 아름다움 양동마을이 손씨와 이씨 집성마을인 이유로 손씨와 이씨 종택은 이 마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귀한 건축물들이다.
이씨 종택인 무첨당. 간결하고 세련된 조선의 건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원군 친필 액자가 걸려 있고 회재 이언적 선생의 유물들이 보관돼 있다.
손씨 종택인 서백당은 이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을 산책하듯 지나가면 전망 좋은 구릉 정상부에 서 있다.
집을 지을 때 함께 심었다는 수령 500년 된 향나무가 위엄을 자랑하고 안채 마루 시렁 위엔 과거 영화를 말해주듯 수십개의 소반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집은 설창산의 혈맥이 집중된 곳으로 3명의 큰 인물을 내는 자리라고 소문나 있다.
손중도 선생과 이언적 선생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후 남은 1명의 인물이 손씨여야 한다며 손씨 집안에선 며느리 출산 때는 방을 내줘도 딸에게는 허락하지 않는단다.
이 외에도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심수정이나 설창산 깊숙이 자리잡은 창은정사,내곡정은 가을 사색의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김효정기자 teresa@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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