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란 특정한 공간을 유용하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건축물은 허공을 이롭게 만든 것이며 無(허공)를 쓸모 있게 만든 것이다.

건물의 활용도는 대지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천·지·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땅의 역사적인 용도에 따라 건축 행위가 제한을 받는다.(도시지역, 임야지역 등)
건물 대지가 속한 행정구역과 도로망의 발달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주거지역, 상업지역)
주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건물의 용도가 달라진다.(주거용, 비즈니스용)

건물의 사용이 제한되는 것은 그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에 의한 경우와
그 건물의 공간 활용의 정도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노자의 <도덕경> 11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이로운 점이 있으며 그 비어있는 정도에 따라 쓰임이 있는 것이다.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건물의 이로움은 건축자재를 이용한 건축행위의 결과로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있고,
건물의 쓰임은 비어 있는 허공의 사용 가능성에 있는 것이다.

허공이 실질적인 기능을 가지도록 함에는 인간의 창의적인 노력에 기인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허공은 무한한 정보라고 한다.
화가는 白紙라는 이차원적 공간에서 무한한 조합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으며
건축가는 地面 위의 3차원 공간에서 무한한 조합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대첨단기술은 전파를 이용하여 허공에 엄청난 정보를 보내고 있다.
허공이란 우리에게 무한한 가치를 지닌 공간임을 이미 2,500년전에
이미 노자는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경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