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매거진] 20140419

방배동의 명당 _ 효령대군 묘

글 사진 : 김 규 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전 세계적으로 무덤이 주요관광지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공동묘지 룩소르지역에 있는 왕들의 계곡,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의 이슬람건축의 궁전형식의 타지마할, 중국의 진시황 무덤의 병마용과 공자묘,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의 케네디묘와 마운트 버넌의 조지 와싱턴 , 영국 웨스턴민스터 사원묘지, 로마 성베드로 성당의 베드로성인의 묘지, 로마를 중심으로 산재 한 카타콤(지하묘지), 대한민국의 신라왕릉과 조선왕릉 등등.

그가 살았던 집은 사라지고 공간을 잃어버려도, 그의 무덤은 거의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영속성 때문에 무덤에 관심을 갖는다. 무덤은 한 개인이 지구에서 살다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며, 타임캡슐이자, 산 자가 죽은 자를 위해 만든 인공물로 그 나라 문화의 총집합체이다.

서초동 방배동 사거리 부근에 효령대군묘가 있다. 방배동이란 무덤 뒤에 있는 동네란 뜻이다. 그 무덤이 효령대군 이보의 묘이다. 입석에는 효령대군(1396-1486)을 모시는 사당이라는 뜻의 청권사라고 적혀 있다.

효령대군은 태종 이방원의 장남 양평대군을 이은 차남이며 세종대왕의 친형이다. 효령대군묘는 우면산 정상에서 연결 된 중출맥이다. 중출맥이란 산의 정상에서 연결된 능선으로 산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능선이다. 조선시대에 무덤자리를 선정하는데 용맥을 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무덤에 올라서면 봉분과 문인석과 장명등 그리고 망주석이 굳건히 서 있고 건너편 매봉재산을 안산으로 삼고 멀리는 관악산이 위용을 바라보고 있는 멋진 자리이다. 다만 좌청룡이 함몰되고 우백호가 발달하지 못함이 안타깝다. 또한 능선이 우면산에서 한강 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순리인데 이 자리는 소용돌이치듯이 120도로 방향을 바꾸고 있어서 역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좌청룡이 가까이에서 함몰되면 장남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데, 실제로 효령대군의 9세 종손 이성민은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1600년초 상주 공근면으로 쫓겨났으며 지금은 종손이 끊어진 상태이다.

어떤 사람의 집이나 무덤을 보고 그 사람이나 가계의 성정을 추정해보기도 한다. 사람은 살면서 선택을 하는데 선택이 그의 운명이 된다. 자기의 본성에 따라 선택을 하므로, 자기가 사는 곳의 자연도 그의 선택이다. 자연은 그의 성장과 성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것을 환경결정론이라고 한다.

천도지덕天道地德, 하늘은 낳고 땅은 기른다고 했다. 자연이 후덕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도 후덕할 것이며, 자연이 협소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의 마음도 좁을 것이다. 고로 사람이 한 곳에 비교적 오래 기거한다면 그곳을 선택한 성정을 짐작 수 있으며, 더욱이 그 자연의 영향아래 놓이므로 그 자연을 선택한 사람의 성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근거가 성립한다. 결론적으로 그가 기거한 자연이나 그가 선택한 자연은 자기 본성의 일면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를 변화시키려면 내가 원하는 산천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서서히 자기의 성정이 변할 수도 있다. 이것이 풍수의 묘미이다.

사주팔자는 바꿀 수 없는 천명이지만, 내가 사는 곳 즉, 택宅은 나의 의지로 선택이 가능하다. 풍수의 핵심은 탈신공개천명奪神功改天命이라하여 천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간절히 원한다면 풍수를 활용해 볼 일이다.[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