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매거진 vol.11] 20131016_네번째 원고

가장 이상적인 집의 방향

글 사진 : 김 규 순 (서울동인학회 원장. www.locationart.co.kr)

자물쇠를 열려면 열쇠가 맞아야 한다. 
병이 있으면 그것을 낫게 하는 약이 있다.

이처럼 좋은 집 즉, 길택(吉宅)에 살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 
물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풍수는 그럴 개연성을 높여준다.

귀기貴氣가 도는 집에서는 공부하면 학자가 되거나 높은 벼슬을 하고,
부기富氣가 가득한 집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된다.

체體와 용用이라는 말이 있다. 체는 존재이고 용은 행위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하는 노력이 없으면 지식을 쌓지 못한다.

집터는 즉, 대지는 체이다. 대지에 집을 짓는 것은 용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 짓는 것이다. 체는 거의 반영구적이지만, 
건물은 200년도 유지하기 어렵다.

옛 마을을 가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제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왜 그런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의 방향은 건물 주인이 놓고 싶은 대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조상들은 마음대로 짓지 않고 땅이 생긴 대로 지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지을 수 없다. 택지조성이 되어 있어서 자연스런 방향을 놓기가 어렵다. 이럴 경우 피해야 할 방향으로만 집을 짓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남향이 제일 좋은 줄 안다. 남향을 지으면 안 되는 땅도 있다. 가까운 예로, 방배아트힐 아파트의 경우 우면산 계곡을 향해서 짓지 않았으면 큰 불상사는 면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서향의 집을 지어야 했다. 산이 남쪽에 있는 경우 남향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산의 능선이 한 구비 쉬었다가 내려간 곳이어야 가능한데. 방배 아트힐은 바로 아래여서 계곡을 바라보면 큰 비가 오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한강변 아파트를 보면 강북에서도 남향, 강남에서도 남향을 지었다. 강남에서는 북향을 짓거나 동향 또는 서향을 지어야 한다. 물을 등지는 것은 복이 길지 않다. 목덜미에 찬바람이 지나가면 감기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한다. 요즈음에는 강남의 아파트가 북향을 짓고 있다. 즉, 한강을 바라보며 짓는다. 건축술과 건축자재의 발달이 가져온 혜택이다. 옛날 기와집도 북향으로 지은 집이 다수 있다. 만해 한용운의 심우당과 김성수 고택도 북향이다.

건물은 땅의 기운을 담는 그릇이다. 기운이 새나가지 않도록 짓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이 방향을 잘 택하는 것이다. 대지마다 좋은 방향이 있다. 좋은 방향으로 지어진 집은 그만큼 복이 길다. 방향을 무시하고 무조건 남향으로 짓거나 도로 쪽으로만 집을 짓는 것은 고민해야 할 대상이다.

집을 구할 때에도 대지에 따라 건물의 방향이 가장 적절하게 지어진 건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