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발복지를 아끼지 말자_경주양동 서백당

경주 양동 월성손씨의 종택인 서백당에 산실이 있다. 16세기에 집터를 잡은 풍수가의 말에 의하면, 건너편에 보이는 문필봉의 정기를 받은 서백당書百堂은 삼현출생지지三賢出生之地라고 했다. 이곳에서 두 명의 큰 인물이 태어났는데, 첫째 인물은 우재 손중돈孫仲暾(1463-1529) 둘째 인물이 동방18현중의 한사람인 회재 이언적李彦迪(1491-1553)이다. 우재는 회재의 외삼촌이다. 세 번째 인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손씨가 아니면 서백당에서 아기를 낳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월성손씨가에서 이집의 정기를 타성에게 내줄 수 없다는 법도를 세워 시집간 딸들은 이곳에서 아기를 낳지 못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서백당이 외손발복지外孫發福地라는 것을 모르고 만든 규칙이다. 

사진출처 : 문화재청 www.cha.go.kr

외손발복지外孫發福地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손소(1433-1484)는 월성손씨로 경주양동의 입향조이다. 그는 풍덕류씨의 류복하의 무남독녀에게 장가를 들면서 청송안덕에서 이곳으로 이주를 했다. 조선초기에는 장가를 드는 풍습으로 처가댁 동네로 들어가서 살았으며, 양자를 들이지 않는 대신 딸과 외손이 친정부모(외조부)의 제사를 모시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고 손소의 아들인 손중돈이 정2품 우참찬에 이른다. 손소의 딸과 결혼한 여강이씨 이번李蕃은 영일에서 이주하였고, 그의 아들 회재 이언적은 서백당에서 태어난다.

사진출처 : 문화재청 www.cha.go.kr

이 사실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자라야 서백당의 정기를 품을 수 있고 또 온전히 전달하여 현인을 배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서백당 산실은 자물쇠이고 서백당의 딸은 열쇠인 셈이다. 열쇠가 있어야 자물쇠가 열려 현인이 태어나는 것이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남자만 중요시하는 권위주의적 부계사회였던 까닭에 그런 은밀한 비밀을 무시했던 것이다. 형세론으로 보는 풍수이론으로써도 외손발복지지라는 것을 분석할 수 있다. 여자에 해당하는 백호가 발달하여 서백당을 감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백당에서 보아 여자방향에 해당하는 동남방(손방巽方)에 문핑봉이 솟아있어서 외손발복지를 증거하고 있다.

그림출처 :  다음블로그>오유림여사의 제3의 활동

역사적 사실로 보아도, 풍수학적으로 접근해도 외손발복지가 틀림없다. 이제라도 양동의 월성손씨 가문에서는 외손을 통하여 이 나라의 큰 인물을 배출하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회재 이언적이후 460년이 지나 문필봉의 영험함이 살아 있을지 의문이다. 혹 양동손씨 따님이 외손주를 낳으러 온다면 환영해주기를 바란다. 요즈음은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는 세태이니 서백당에 출산하러 오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깝다.

외손도 가문의 큰 자산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인물을 배출하는 서백당이 되어 세상을 깜작 놀라게 해 주시기를 학수고대한다.

풍수의 가장 큰 역할은 위대한 인물이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주역에 “하늘과 땅이 서로 다르지만 그 하는 일은 같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지만 그 뜻은 서로 통한다. 만물이 서로 다르지만 그 일은 서로 같다”고 했듯이, 우주자연의 섭리에 따라 처신해야 한다. 개인이나 가문의 이익에 따른다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기 때문에 가문의 영예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월성손씨의 딸이 아니면 현인을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 좋겠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축복받은 일인가. [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