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순의 풍수이야기_ 월간사람과산 2013년3월호

만뢰산, 한민족 통합의 주역을 낳다
김수로왕의 후예로 신라의 왕이 된_김유신 장군

만뢰산(612m)은 진천군의 진산鎭山이다. 만뢰산을 경계로 동쪽은 진천군이고 서쪽은 천안의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산 정상에 김서현 장군이 쌓은 산성이 남아 있는데 삼한시대에 경제적 군사적 전략지역인 한강유역을 공략하기 위한 요충지였다. 그의 아들이 김유신(595-673) 장군이다. 만뢰산 기슭에 있는 김유신 생가는 삼한평정의 기운이 서린 곳이다. 15년간 성장한 생가 유허지는 계곡물이 교묘하게 비켜가는 장소로 자연이 만든 풍수적 실례를 공부하기 좋은 현장이다.

사람의 덕성과 성품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므로 생가의 주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풍수학에서 산의 정기는 유전자(DNA)에게 공급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만뢰산은 김유신이 화랑도 시절에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운 터전이었다. 그의 됨됨이는 생가를 품고 있는 만뢰산에 기인한 것이다.

글 사진 |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원장 www.locationart.co.kr)





김유신 생가 유허지 >>만뢰산의 정기가 태령산을 통하여 모이는 자리이다. 유적지로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마을을 조성하여 지속적으로 인물을 배출하면 좋겠다. 음기가 강한 곳에 오래 살게 되면 종교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 되므로 이런 곳에 오래 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명부인은 이곳에서 김유신, 김흠순(상대등), 보희, 문희를 낳았다. 두 형제는 태대각간과 상대등에 올라 극품의 벼슬까지 오르고, 두 자매는 무열왕비와 후비가 되었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지만, 옹골찬 기운이 맺혔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이곳이 한민족 통합의 씨앗이 뿌려진 곳이다.


김유신 생가 그리고 샘물
김유신 생가터는 좌우로 산이 높은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이 들어설만한 공간도 되지 못하는 좁은 계곡이다. 한편으로는 가옥이면서 만뢰산성을 지원하기 위한 전진기지였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계곡에 자리 잡은 집을 산곡택山谷宅이라고 한다.

계곡은 음기陰氣가 강한 곳이므로, 바람이 머무는 곳을 찾아서 집을 지어야 하며 바람이 들이치거나 물이 쳐들어오는 자리는 피해야 한다. 풍수원리에 ‘풍즉기산風則氣散’이란 말이 있다. 바람이 들이치는 곳에서는 기가 흩어진다는 의미이다. 가옥이나 건물을 지을 때 살풍殺風이 들이닥치는지 유의해야 한다. 유허지를 살펴보면 진실로 자연이 만든 자리임이 틀림이 없지만, 이처럼 음기가 강한 곳에 태어나고 줄곧 자라면 종교적인 인물 즉, 박수무당이나 도사, 승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김유신 장군이 역사상 극귀極貴의 인물이 된 연유는, 김유신이 15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 김서현 장군의 업적으로 경주로 이사를 하여 넓은 들판으로 햇빛이 가득한 신라의 수도 경주의 양기陽氣를 듬뿍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까닭이다.

김유신의 상황 판단력과 지략, 강골의 체력은 진천의 만뢰산에서 태령산胎靈山(421m)으로 이어진 능선을 달리며 형성되었음이 분명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젼과 포부를 가졌던 곳은 경주였을 것이다. 그가 장군으로서 삼한의 영웅이 된 것도 순도가 높은 음기가 바탕이 되어 한껏 양기를 품었기 때문이다. 음기는 물성物性이 강하고 목표지향적이며 세심하고 치밀한 기운이다. 양기는 영성靈性과 인성仁性이 강하며 미래지향적이고 낙관적이고 대단한 추진력의 소유자이다.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룬 상황은 튼튼하고 큰 그릇에 좋은 음식이 담긴 상태라 하겠다.

생가에는 1500여년이 된 샘물이 있는데, 연보정蓮寶井이라고 한다. 샘물은 솟아나는 물이고, 우물물은 땅 속에 고이는 물이다. 샘물은 산이 물을 품어서 땅속에서 숙성과정을 거친 다음 솟아나는 것이다. 샘물은 바로 산의 정기이며 생명수이다. 물을 통하여 산의 정기가 사람에게 흡수되는 것이다. 실례로, 고성이씨의 종택인 안동 임청각에서 인물이 많이 나는 이유도 영천靈泉이라는 우물을 통하여 산의 정기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연보정蓮寶井 >>김유신 장군은 물과 인연이 깊다. 그가 살았던 경주의 옛 집터에도 재매정財買井이라는 우물물이 있다. 연보정은 샘물로 생가의 좌측 산 능선에 있다. 계곡아래에서 올라오는 음풍이 스쳐 태령산으로 올라가는 언저리에 있어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높지만 물이 많이 생겨 조그만 저수지를 만들 정도로 물이 많이 나온다. 김유신의 삼한통합에 대한 불굴의 의지는 끊이지 않고 솟아나는 샘물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매정의 물을 마시고 한민족의 미래을 꿈꾸어보자.

신라왕실의 외가_가야왕족 김유신 가계
김해김씨의 시조 김수로왕. 김유신은 수로왕의 12세손으로 가야국 구형왕의 증손자이다. 구형왕은 신라 법흥왕에게 나라를 양위하고 진골로 편입된다. 그의 아들 김무력(518-519)은 법흥왕비의 동생과 결혼하였고, 김무력의 둘째아들 김서현은 진흥왕 동생의 딸 만명부인과 연애결혼을 한다.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는 김춘추(604-661, 태종무열왕)와 결혼하여 문명왕후가 되고, 여동생 보희는 무열왕의 후비가 되니 김유신은 신라왕실의 외척이 된다. 그 후 김유신은 김춘추의 딸(지소부인)과 재혼하여 원술을 낳는다. 김유신의 딸 신광은 무열왕의 아들 문무왕의 후비가 된다. 4대에 걸쳐 신라왕실과 혼인을 통하여 왕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왕권을 뒷받침하는 최고의 세력을 형성한다.

김유신 가계가 신라왕실을 떠받치는 주축세력으로 부상한 이유는 전공이 절대적인 요인이다. 김유신의 3대는 병권을 장악한 무인으로 신라를 지탱하게 하는 기둥이었다. 553년 백제와의 관산성 전투에서 성왕을 죽인 공로로 김무력은 각간角干에 오른다. 각간은 신라 최고위급 벼슬이다. 김서현은 성골이었던 만명부인을 꼬드긴 징벌(?)로 변방(만로군 태수)으로 쫓겨나지만,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김춘추의 부친인 김용춘과 함께 낭비성을 함락시켜 공을 세운다. 김유신은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려 삼한을 평정하는 공을 세우면서 신라가 천년의 왕국으로 기틀을 잡는데 일조를 하여 태대각간太大角干의 벼슬을 받는다. 각간도 아니고 대각간도 아닌 태대각간은 오로지 김유신 장군에게 부여한 최고관직이었다.

조부와 선친도 신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지략와 베포 그리고 예지력을 완비한 김유신 장군은 통일신라를 꿈꾸고 실현한 장본인이었으며 한민족 통합을 이룬 용광로 같은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영웅이었다. 



만뢰산과 태령산을 잇는 5.3km의 능선. 눈 쌓인 능선에 등산객들의 발자국이 흩어져 있다.

생가 산천도 >>만뢰산에서 발원한 계곡물과 계곡풍이 치고 들어오는 것을 생가 우측의 낮은 구릉이 막아주고 있다.(下①) 흐르는 물은 평야지대에서는 생명수이지만, 계곡에서는 살수殺水가 되기 십상이므로 부딪히는 자리는 피해야 한다. 나가는 물도 안산 뒤로 꼬리를 감추어 보이지 않는다. 계곡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바람은 생가 좌측의 태령산 계곡을 타고 흩어지도록(上①②) 설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왕실이 아니면서 태실을 갖춘 김유신 장군
태령산 정상에는 김유신장군의 태실이 있다. 이로써 삼한시대부터 태실을 만든 풍습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부친은 가야의 왕족이고 모친은 신라의 왕실이니 왕가의 관례로 김유신 장군의 태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삼한시대의 유물로 1400년의 세월을 견뎌 남아있는 유일한 태실이므로 이는 백성들의 비호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태실을 변방에 묻은 것은 보더라도 나라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느껴진다. 서라벌을 중심으로 한 조그마한 왕국이 주변의 나라들로부터 핍박을 받아오다가 짧은 시간에 힘을 길러 삼한을 통합한 것은 김유신의 등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태령산 태실 >>태령산은 만뢰산의 한 줄기인데, 김유신 장군의 태실이 있어서 태령산이라고 명명되었다. 태를 묻은 자리는 대부분 태봉이라고 부른다. 봉峰보다 산山이 우위개념이므로 백성들에게 김유신은 조선왕보다도 높은 지위(?)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실이다. 김유신장군은 왕이 아니었으면서 역사상 왕 이상의 대우를 받은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태실이 있는 봉우리에서 만뢰산을 바라본 광경. 나무 사이로 멀리 흐미하게 만뢰산이 보인다.


우측 푸른 솔이 모여 있는 봉우리가 김유신 장군 태실이 있는 곳이다. 김유신 장군이 청소년시절에 자신의 태실이 묻힌 산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단련하면서 무예를 닦은 산이다. 어찌 보면 태령산이 김유신이요, 김유신이 태령산일 정도로 교감이 풍부했을 것이다.

신라의 왕이 된 김유신 _흥무대왕
835년 흥덕왕에 의해 김유신은 흥무대왕으로 추봉된다. 왕족이 아니면서 사후에 대왕으로 추앙된 최초의 인물이다. 무열왕과 동격의 왕족으로 대우 받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비록 사후이기는 하지만 신라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신라초기에 왕의 사위도 왕이 될 수 있었던 신라만의 독특한 시스템에 기인한다. 석탈해왕은 2대 박혁거세의 아들인 남해왕의 사위였다.

김유신 사후 160년이나 지난 후에 추봉된 것은 김유신의 후손의 정치적인 입지가 여전히 강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허지 기념비석. 비석 이면에 육당최남선 선생이 쓴 김유신 장군과 생가에 대한 설명이 새겨져 있다.

신채호의 평
단재 신채호선생의 <조선상고사>에 의하면, “대개 김유신은 지략과 용기가 있는 명장이 아니다. 음험하고 무서운 정치가였으며, 그 평생의 큰 공은 전쟁터에 있지 않고 음모로 적국을 혼란에 빠뜨린 데에 있었던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가장 치명적인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처럼 내분은 멸망을 가져왔다. 백제 의자왕의 신하에 대한 의심이 멸망을 초래했고, 고구려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단합하지 못하고 각자의 살길을 찾아 당나라의 앞잡이가 된 것이 그러하다. 반면에 김유신 장군은 일찍이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이용했으며 내치內治를 잘 이끌었던 인물이다. 전쟁에서는 실리와 승리를 위한 비책과 전략이 있을 뿐 정도正道와 의리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백성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패망은 지도자에게는 죄악이다. 전쟁에서는 승리만이 유일한 선善이다. 넓은 강토를 지녔던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사실과 강성한 백제가 무너진 사실을 안타까이 생각하기 전에 신라가 삼국을 평정한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유신은 한민족을 하나로 뭉친 영웅이다.[q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