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라고 하면 우선 묘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우리의 풍수이다. 풍수는 죽은 사람에게도 필요하지만, 사실은 산 사람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풍수는 이 땅에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할 우리들이 직면한 자연에 대한 시각이다.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자연 그 자체가 우리에겐 행복이고 불행이다. 자연에서 물이 흘러가고 바람이 불어오는 것에 대한 자연적 지형을 이용한 최소한의 자기 보호적인 방어기재가 풍수였다. 이에 따라 마을을 세우고 집을 지었다. 지금은 건축 기술이나 건축자재의 발달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인공물은 일시적인 것임을 알고 있다면 자연의 운행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수천 년이 넘는 인공물이 그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명약관화한 일이다. 서양에서도 Geomency 또는 Topography라고 하여 지세(地勢), 지형(地形)에 관한 이론이 있었다. 다만 동아시아의 풍수설과 같이 땅을 유기체로 인식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이 땅에서도 수 천년동안 우리의 조상들이 자연적인 변화을 겪으면서 적응해 왔다. 오래도록 삶을 유지하며 종족을 번식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던 시대가 있었다. 삶터를 찾아 먼 길을 이동하기도 했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터를 찾아 집을 짓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풍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풍수학으로 발전한 것이다.

서양의 과학은 우리가 생활하는데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땅에 대한 자연관이 세심한 부분까지 우리 전통의 풍수학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특정지역의 자연에 대한 인식만 본다면 북미의 원주민인 인디언이 그 지역의 자연을 더 정확하게 관찰하기도 하며, 호주의 토착민이 그 지역의 자연에 대한 이해도가 더 세밀하기도 하다는 것은 이미 인정하고 있는 일이다. 이는 수백 년 동안 살아오면서 터득해온 자연관찰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전승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집을 짓거나 건물을 지을 때 그 지형에 맞는 크기와 방향을 정해서 건물을 지었으면 좋겠다. 춘하추동이 있듯이 사람의 삶에서도 생노병사가 있다. 사람의 병과 수명은 호흡에 기인한다. 편안하고 깊이 있는 숨을 쉴 수 있는 자연과 조화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욕심을 버려야 큰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는 곳에 집을 짓는 아둔함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건물은 그 당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상과 철학이 깃들여져 있다. 古건물에서 조상들의 생각과 정서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조상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조상과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이 땅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조상들의 가르침에서 지혜를 이어받아 다시 후손에게 전해 주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중 하나가 풍수이다. 이미 유명한 모전자회사에서는 풍수마케팅을 시도 했고, 서울시내 오성급 라마다서울호텔에서는 명당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풍수가 사업적인 부분을 뛰어 넘어 보통 사람들의 삶에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려 본다.

 김규순   < 케어타임스 2009년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