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키는 1.5~2미터에 불과하다.
그것은 인간이 수백만년동안 지표면에서 그 정도의 높이에 적응하여 생존해 왔다는 증거이다. 물론 지표면의 높이는 다양하지만, 풍수에서는 고도를 그리 심각하게 논하지 않는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고도에서는 당연히 사람이 살지않으므로 그 이유를 대면서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동아시아적 사고방식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이유를 달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합리적이면서도 통합적 사고방식을 견지한다.
현대사회에서 주거건물로 가장 보편적으로 보급되고 있고 각광 받는 것이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1층 높이 주거공간에서 50층 높이 주거공간까지 다양하다. 그러면 과연 몇 층 정도의 높이에서 사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편적인 기준에서 말하자면, 땅의 기운 즉, 지기가 도달하는 높이까지이다.
지기가 도달하는 높이는 그 지역의 흙심과 정비례한다.
상황에 따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풍수사는 나무의 높이를 가지고 판단의 잣대로 사용하곤 한다. 어려움이란, 인위적으로 나무를 없앤 지역이거나, 나무가 있다고 해도 어린 나무만이 있을 경우에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청오경에 따르면 땅의 기운은 흙을 따라 일어난다고 하였으므로 풍수적인 판단의 근원이 되고 있다. 흙이란 초목을 길러내는 매개체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기초적인 1차 생산자이다. 흙으로 말미암아 생명이 태어나고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한 선조들의 지혜로운 판단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집을 지을 때 흙을 긁어내는 것이 아니라 흙을 다져왔던 것이다. 현대의 건물은 고층 건물을 지어야 하므로 암석이 나올 때까지 흙을 걷어내야 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런 까닭에 오히려 흙과의 상관성을 더욱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치와 전망은 서구적인 가치에서 발달한 개념이다. 그런 가치관에서는 거주공간이 높은 곳에 있을수록 좋다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우리 선조들도 전망이 좋은 산정상에 정자를 지어 놓고 풍류를 즐기곤 했다.
동아시아적인 사고방식에서는 길흉은 일심동체이므로, 항상 좋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거주하는 주택은 무덤덤하지만 조화로운 기운을 최고로 꼽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지형지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아파트의 적절한 주거공간의 높이는 2층에서 10층으로 볼 수 있다. 단, 암반으로만 이루어진 택지는 부적격한 땅이라고 판단되는 등 극단적인 예는 별도로 한다.
고층 아파트의 주거 공간일 경우 소음이나 매연 또는 먼지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햇빛이 많이 들고 시야가 탁 트여져 있어 거주자에게 안락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므로 자칫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고, 허무주의에 물들기 쉽고, 망상에 빠지는 경향이 많으며, 성장기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오만함과 무모성을 키워주게 되므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규순 / 케어타임스 2008년11월호 풍수칼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