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남원은 지리산 서쪽의 평야지대이다. 노고단은 남원의 뿌리이다. 땅은 저 혼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산이 만들어 놓은 평지이다. 치마를 보면, 윗부분에 치마말기부분이 있고, 치마겉자락이 주름이 져서 치마말기에 붙어 있다. 그리고 맨 아래쪽에 치마단이 있는데, 치마단은 주름이 거의 없다. 산과 평야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고 엮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치마말기가 있어야 치마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잇듯이 산이 있어야 들판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 우리나라 지형의 특징이다. 산과 연결된 평야라야 계곡물을 얻을 수 있다.


남원의 동쪽 60리에 지리산이 있다. 남원은 지리산의 노고단 봉우리에서 능선이 연결되어 있지만, 백두대간의 능선이 낙씨바늘 형태로 구부러져 있어서 지리산의 등부분에 위치하고 잇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원은 지리산의 고장이라 하지만. 혹자는 ‘지리산의 물은 한방울도 호남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지리산의 물은 남강과 섬진강을 따라 흘러가므로 오로지 호남의 것만은 아닌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노고단 능선 남쪽의 물은 구례의 땅을 적시고 지나가지만, 남원 산내면의 뱀사골 계곡물은 결국 남강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우리는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백두대간의 동쪽에 운봉읍과 산내면, 인월면이 있다. 백두대간은 분수령이므로, 분수령의 동쪽에 내린 빗물은 죄다 남강으로 흘러든다. 물이 같으면 같은 문화를 지니며 물이 다르면 다른 문화를 가진다는 말이 있다. 운봉읍의 물과 인월면의 물이 산내면에 모여서 함양군으로 흘러간다. 당연히 산내군의 사람들은 함양군의 영향을 받아 호남이라기보다는 경상도의 기질에 가깝다고 한다. 백두대간도 나누지 못한 행정구역이다. 



돌거북 
동서로 나누어진 평호平湖가 1626년에 만들어졌으므로 돌거북이도 그 때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풍수비보에 의한 돌거북이라기 보다는 남원 여성들의 기질을 대변하는 돌거북이라 하겠다. 어찌 보면 돌거북은 춘향전의 표징이다.

바람 풍風

바람 풍風자를 보면, 바람을 받는 돛(几)의 형상에 벌레 충(虫)자이다. 옛사람들은 바람이 세균을 담아가지고 온다고 믿었다.

남원 광한루 앞 호숫가에 남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돌거북이 있다. 남원 땅은 남동풍을 경계했다. 남동풍은 바람기(섹스)를 조장하는 바람이다. 남동은 성장한 여자의 방향이고 그 방향에 지리산이 있어서 여자를 유혹하고 있다고 믿었다. 부인이나 며느리가 바람나서 집을 나가게 하는 유혹의 바람이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남원은 분지인데 산이 빙 둘러쳐져있다. 동쪽은 백두대간의 막내 지리산이 버티고 있고, 서쪽은 영취산-팔공산으로 이어져서 남원서쪽을 달리는 비교적 고도가 낮은 기맥이 달리고 있다.

음양 이론에 따라 평지가 음이라고 보면 산은 양이다. 지라산은 큰 산이므로 매우 쎈 양의 기운이라고 보았다. 지리산이 있는 방향은 남동쪽.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 양기를 품은 바람을 모두 상쇄시킬 풍수비보를 만들었으니, 돌거북이었다.

춘향전도 바로 이 돌거북이로 인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였다. 기생이 수절을 할 정도였으니 돌거북의 효험은 대단한 것이 아니겠는가.

남원읍성 
우리나라에는 지방 거점지역에 읍성을 많이 축조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침략의 한 방편으로 길을 내거나 집을 지으면서 돌을 제거하며 전국의 많은 읍성을 파괴하였다. 남원읍성도 극히 일부분만 남아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9권에 보면 정절을 지킨 5명의 여성 미담이 적혀 있다.

“백제 지리산녀(智異山女) 구례현의 여자이다. 자색이 아름답고 지리산 아래에서 살았으나 역사서에는 그 이름이 전하지 않는다. 집이 가난하였으나 부도(婦道)를 다하였다. 백제의 왕이 그녀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궁중으로 들이려 하였으나 한사코 따르지 아니했다.

고려 이씨(李氏) 생원 양중수(梁仲粹)의 처다. 왜적이 범하려 하였으나 이씨가 항거하여 마침내 적에게 해를 당하였다. 이 일이 알려지니 정문을 세웠다.

본조 김씨(金氏) 호장(戶長) 양전(梁田)의 처이며 나이 20세에 남편이 죽자 피눈물을 삼년간이나 흘렸다. 부모가 그의 의지를 꺾고자 했으나 김씨는 따르지 않고, 소복을 입고 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친히 삭망 제사를 행하다가 죽었다.

강씨(姜氏) 최자강(崔自江)의 처이며 남편이 죽자 강씨는 남편의 시체를 안고 7일간이나 음식을 먹지 않다가 죽었다. 일이 알려져서 정려문을 세웠다.

임씨(林氏) 구례현 사람으로 왕정(王淨)의 처이다. 왕정이 병이 나자, 극진히 치료하고 다짐하기를, “만일 꺼려하지 아니한다면 나는 꼭 여묘(廬墓)하리라.” 하더니, 왕정이 죽은 뒤 임씨는 71세에 장례와 제례를 가례대로 하고, 여묘를 3년동안 하면서 늘 절일(節日)을 만나면 반드시 자손들을 데리고 친히 무덤에 올랐는데 90세가 되어도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돌거북이 만들어진 연대가 조선조인 만큼 돌거북이로 인해서 남원여성들의 지조가 강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여성들의 지조가 강하니까 돌거북을 세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어 온다. 결국 남원 여성들의 절개가 춘향이를 탄생시킨 것이다. 

몽심재 _중요민속자료 제149호 
남원시 수지면 호곡리 소재 조선후기 사대부의 전형적인 고택.  죽산박씨 가문의 고건물이나 지금은 원불교 성직가 40명을 배출한 가문.  좌측의 능선이 길게 가옥을 감싸 안는 형상으로 도인이 나온다는 풍수설이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커다란 비위가 차지하고 있다. 집안에 이런 바위가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묘지의 경우 소위 전순에 위치하는 바위로 지기地氣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지기란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기운인데, 흙에서 식물이 자라므로 흙에 기운이 있다고 믿는 것이 지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위는 흙이 소실되지 않게 하는 일종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원향교
향교는 전국 어디나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 현재 학교의 구조가 비슷하듯이. 다만 규모는 도시의 규모에 따라 비례한다. 남원향교의 문루를 보면 특이하다. 남원읍성의 문루를 일제가 없애려고 할 때 여기에 옮겨놓은 것이라고 한다. 생뚱맞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문화재를 보존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장수황씨의 서실

일반적으로 대형 누정은 큰 강가 벼랑 위에 지어지는 것이 통례이며, 또한 신라나 고려시대부터 유래된다. 광한루 자리는 조선의 명재상 황희 정승의 6대조이신 황감평黃鑑平이 일재逸齋라는 서실을 짓고 살았던 곳이라 전한다. 6대조라면 당연히 고려시대의 사람이다. 그 후 양평대군의 세자폐위를 반대하다가 태종으로부터 유배를 당하여 낙향한 황희는 1419년 이곳에 크게 아프다는 뜻의 광통루廣痛樓를 짓고서 마음을 달래던 곳이었다. 광통루에서 정인지가 그 경치를 살피고는 광한루가 어울린다고 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이 세종26년(1444)이다. 정유재란 때 화재로 사라졌다가 1626년(인조4년)에 복원되었다.

연못과 오작교와 삼신도를 지니고 있는 대형누정은 광한루가 유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춘향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광한루가 요천蓼川가에 있어서 누정의 입지조건을 충족하는 것 같으나, 강의 공격사면이 아니어서 밀양 영남루나 진주 촉석루, 삼척 죽서루와 같은 절경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광한루는 평지에 지어진 까닭에 고도가 낮아서 가까이 있는 강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요천에서 물을 끌어들여 평호平湖를 만들고 삼신도三神島라는 가산假山을 만들어 아기자기한 경치를 조성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건축물 옆에 만드는 연못은 그 기능이 사뭇 다르다. 지금의 연못은 관상용 고기를 기르며 수초를 키워보려는 심산이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소방수消防水로서의 역할이 더 추가된다. 경복궁 경회루 앞의 연못도 인공 연못이다. 전통건축물은 대두분 목재로 지어진 건물이라 화재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형 고택이나 관아 건물 부근에는 강이 있든가 아니면 연못을 만들었다. 특히 광한루의 경우 다른 누정과는 달리 온돌방이 붙어 있었으니 불을 사용하였으므로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상들은 수려한 경관을 확보하면서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수를 확보하는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다. 필요에 의한 물과 서정적인 경관을 조성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풍수의 경지이다.

실상사 
천년고찰로 불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사. 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찰. 뱀사골의 계곡물이 분지에 있는 실상사를 휘감고 지나가는 자연환경. 심산유곡이 아니라 물가 평지에 위치하여 임진왜란 때 호남을 도모하려는 왜군의 동선 상에 있어서 저항하는 실상사의 승려들과 대치하면서 사찰이 전소되어 폐허가 되는 불운을 겪었다.  사진에 보이는 기초돌은 목조탑이 있던 자리이다.

만복사지
남원시 왕정동 기린산 기슭에 있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 정유재란 때 소실됨.

혼불문학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기리는 남원시청이 직접 운영하는 문학관이다.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522번지의 혼불문학관은 소설<혼불>의 주무대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지명이나 자연지형, 종가집, 청호저수지, 노봉서원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혼불>은 1930년대의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억눌리고 왜곡된 우리의 사회상을 묘사했는데 특히 풍수적인 요소를 많이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