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천∙지∙인

삼(3)은 전 세계적으로 오래 전부터 숭상 받아온 수자이지만, 특히 한민족에게 있어서 석 삼(3)은 남다르다. 그 기록은 한민족 최고의 경전인 <천부경>인데, 천∙지∙인 삼신일체의 우주조화의 원리를 밝히고 있다. <천부경은> 환인∙환웅시대에 만들어진 경전으로 최치원 선생이 기록해 놓았다고 전한다.

<천부경>은 “하나에서 비롯되지만, 시작은 없으며, 하나에서 천∙지∙인 삼극이 갈라지지만 근본은 다함이 없다.""하늘의 본체가 일이고, 땅의 본체가 이이며, 사람의 본체가 삼이다.”라고 적고 있다. (一始無始一析三極無盡本 天一一地一二人一三) 이를 바탕으로 <도덕경>에서도 “도가 일을 낳고, 일이 이를 낳고, 이가 삼을 낳고, 삼이 만물을 낳았다”라고 하고 있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일은 하늘이고, 이는 땅이며 삼은 사람이므로, 천∙지∙인 삼재사상이 이로써 비롯되었다.

▲ 삼일만세운동의 진원지 봉황각

<맹자>에서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하여(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한성의 천지자연 안에서 인간은 유한적 존재로써 무한성을 추구하는 유일한 본성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인화가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이 지리이며, 천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도모하는데 계절이나 기후를 무시할 수 없으며 지리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천시나 지리의 불편함이 인화를 부셔버릴 수도 있다. 아무리 인화가 중요하기로서니 농사를 짓는데 겨울에 씨를 뿌릴 수 없으며, 사막이나 자갈밭에 씨를 뿌린들 무손 소용이 있겠는가. 천∙지∙인 삼재가 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일을 도모해도 성사가 된다는 점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경복궁

천문과 풍수지리 그리고 의학이 있는데, 이것이 천∙지∙인의 학문이다. 땅과 인간이 없이 하늘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하늘 없는 땅과 사람은 어떻게 존재할 것이며, 사람 없는 하늘과 땅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천∙지∙인 삼재를 아우르지 않고서는 우리의 존재가 성립하지 못함을 우리 선조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학문에서도 더불어 상생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풍수만으로 해결하려거나, 풍수로만 파악하려 드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진배없다. 시간은 하늘의 고유영역이다. 한 부모 밑에서 형제가 태어나도 다른 삶을 사는 것은 각자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길흉화복은 하늘에 달려 있고 우리는 다만 짐작할 뿐이다.

▲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인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농경사회에 있어서 노동의 대상을 땅이었으므로, 땅의 이점을 살려 노력을 다하고 그 다음 천명을 기다린다는 것이 진인사대천명이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땅이 없으면 성과가 없다. 그런 점에서 땅은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역할이 주어졌다. 한 민족은 천손민족으로써 죽으면 하늘로 돌아가는데, 체백을 땅에 묻어서 지기를 통하여, 하늘의 조상과 땅위의 자손들을 연결시키는 중개자의 역할을 하게 하였다.

건물도 마찬가지, 건물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땅의 대표격이자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산을 배경으로 건물을 지어서, 건물 안에 사는 사람이 순화된 천기와 지기를 받아들이는 공간으로 인식했다. 한민족 풍수지리학의 핵심은 천지인 삼재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고로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전통건물은 하늘과 산 그리고 건물이 조화롭게 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