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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안장례의 백미 - 무덤의 미학 김규순 2011-10-01 7663  
     
 
[예다문화연구 통권17호-차문화연구소 발행] p136-143 에 실린 내용




             안장례의 백미 - 무덤의 미학

1. 들어가는 말

장례(葬禮)는 상례(喪禮)라고도 하며 사람이 죽은 후에 치러지는 의식으로써 관・혼・상・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예법이다. 영어에서도 장례를 마지막 예의라는 의미를 가진 last honors라고 표현하고 있다.

장례는 사람이 죽은 후 시신을 모시고 조문객을 맞이하는 단계가 있고, 그 다음에 치장(治葬)이라고 해서 묘지에 시신을 매장하는 단계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시신 매장한 후 삼우제를 지내는 단계 등 크게 세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안장이란 편안하게 장사를 지낸다는 뜻이지만, 시신을 모시고 묘지를 만드는 과정으로 치장(治葬)의 단계를 말한다. 묘지는 죽은 자의 집이라고 하여 유택(幽宅) 또는 음택(陰宅)이라고 한다. 묘지를 만드는 것은 장례식의 하나의 과정이지만 요즈음은 작업인부들이 작업을 하는 것으로 여겨서 상주가 일일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묘지는 시신을 모시는 공간으로써 신성한 공간이므로, 묘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홀히 하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다. 무덤이 만약 허술하게 만들어져서 물이 스며들거나 짐승이나 벌레가 생기게 될 경우 유족들에게 미치는 심적인 갈등과 피해는 매우 크므로 치밀하고 세심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무덤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황망한 가운데에서도 상주가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을 짚어보기로 한다. 또한 화장 후에 유골을 모시는 것도 치장의 한 단계이므로 화장에 대한 의미와 유골을 모시는 방법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한다.

 

2. 치장(治葬)은 세심하게

시신(屍身)을 매장하여 묘지를 만드는 것을 치장(治葬)이라 한다. 묘지를 만드는 것은 돌아가신 분의 집을 지어드리는 것과 같으니 매우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상례를 치룰 때 상주들은 슬픔에 잠겨 있다. 논어 자장편에서 ‘상중에는 슬픔에 젖어 지내는 것이다’ 라고 했으나, 이는 본질을 벗어난 경우이다. 형식과 조화 되지 않으면 본질도 변질될 소지가 많다. 시신을 편안하게 모신다는 것은 좋은 음택에 잘 모시는 것이다. 조문객에게 접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시신을 좋은 곳에 잘 모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겠다. 

산 사람은 평당 2천만원 이상의 주택이나 아파트에 살면서 조상을 모시는 데는 몇 백만 원도 아깝다고 한다면 더 이상 그 사람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 논어 팔일편에서는 ‘윗사람으로써 관대하지 못하고 예를 실천함에 있어서 경건하지 못하고 상(喪)을 당하여서 슬퍼하지 않으면 내가 그를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했다. 

화장을 하거나 매장을 하거나 장사는 후하게 지내야 한다. 이는 화려하게 지낸다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도 세밀하게 그러나 여유롭게 진행하다는 뜻이다. 무덤을 파고 성분을 하며 평토제를 지내고 봉분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급 전문인력을 사용하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치장(治葬)이야말로 죽은 자에 대한 최고의 예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것은 더 이상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한 최적의 공간 즉, 무덤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자식에게 고급 과외(비싼 과외)를 통하여 일류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의 행태와 같은 것이다.

(1) 무덤를 팔 때 광중은 정확한 크기로 파야 한다.

논어 학이편에서 ‘장사를 신중히 치루고 먼 조상까지 추모하면 백성들의 덕이 후한 데로 돌아간다’고 한 증자의 말처럼 장사는 신중히 치루어야 한다. 이는 황망한 가운데에서도 일은 세밀하고도 엄격하게 진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상주가 황망하면 작업인부들이 꼼꼼히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상주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고 일을 맡기는 것이 좋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묘지 조성에 대해 그 과정이나 작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자기의 일처럼 꼼꼼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화려한 묘지조성이 아닌 견고한 무덤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죽은 자에 대한 최고의 예를 갖추는 것이다. 광중을 파낼 때에는 금정틀을 사용하여 정확하고도 엄격하게 치수를 적용해야 한다. 요즈음은 금정틀을 사용하지 않고 대충 땅을 파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계해야 한다. 신중하지 못한 작업으로 무덤의 크기가 작업자의 편리성에 따라 크기가 커질 수가 있다. 크기가 커지면 봉분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다. 광중은 큰데, 봉분이 작으면 모두 물이 스며들어갈 여지가 많아진다.

(2) 성분을 함에 있어서 달구질이 중요하다

자리가 정해지고 난 뒤에 무덤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나중에 비가 와서 빗물이 무덤 속(광중)으로 스며들거나 나무뿌리가 광중으로 침범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하관 후 횡대를 설치하고 상주가 예를 갖춘 다음 흙을 덮는데, 이 때 적당한 두께에서 달구질을 해야 한다. 달구질을 하는 이유는 흙을 다져서 흙과 흙을 밀착시켜 봉분이 크게 내려앉거나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 때 강회를 사용하면 더욱 좋다. 강회를 사용하는 이유는 푸석해진 땅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인데, 땅이 단단해야 나무의 뿌리나 해충 그리고 동물들이 광중으로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구질은 흙을 덮어가면서 최소한 2-3회는 반복해야 한다. 성분(成墳)에 있어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달구질하는 사람에게 노잣돈을 주면서 달구질을 자주 그리고 반복시키는 이유가 광중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묘지 속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가장 금기시 한다.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광중의 흙을 단단히 다지고 봉분을 크고 견고하게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사례편람󰡕에서도 흙으로 반복하여 튼튼하게 쌓아서 절구공이와 같은 나무막대기로 두드리면서 견고하게 만들어라고 하였다. ([사례편람] 「상례」, 復實以土 而堅築之)

달구질 할 사람이 없으면 상주나 그 후손들이 힘을 합하여 발로 밟으면서 달구질을 해야 한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쉬려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이 작업이야 말로 나의 수고로움을 다하여 조상을 보내는 마지막 날인 셈이다. 이 순간만큼은 절약정신에 반하여 달구질을 하는 사람에게 노잣돈을 두둑하게 쥐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발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신이 나서 절구막대기를 힘껏 내리치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노잣돈을 자주 주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다. 장례를 치를 때 관이나 수의에 돈을 들이는 것 보다 달구질할 때 돈을 들여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알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3) 터의 구배(句配)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구배란 기울기이다. 아무리 산기슭이지만 기울기가 없으면 빗물이 고이고, 고인 물은 광중으로 스며들 가능성이 많아진다. 산에 무덤을 조성 할 때에는 산의 능선이나 기슭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산의 모양 자체가 구배가 있어서 물이 낮은 곳으로 잘 빠진다. 만약에 산을 깎아서 묘지를 만든 경우에는 구배가 훼손되어 광중으로 물이 들어갈 소지가 생기니 매우 조심하여야 한다. 가능하다면 산의 능선을 자연 그대로 살려서 성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터의 구배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무덤을 만들면 빗물은 좌우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릴 것이다.

성분하는데 있어서 모든 문제는 물로 귀결된다.

무덤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조상을 잘 모시기 위해서이다. 조상을 잘 모시는 것은 바로 나를 위한 일이다. 한 번 잘 못 만들면 두 번 세 번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며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런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작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봐야 헛수고이다. 봉분이 허물어졌다면 이미 광중에 물이 스며들어갔을 가능성이 많다. 

이는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쨌든 조상을 잘 못 모신 그 책임은 모두 후손에게 있다. 최상의 대책은 사전에 치밀하게 정성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절을 언제하고 몇 번하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상의 시신을 얼마나 편하게 모시느냐에 초점을 맞추었으므로 예법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살아가면서 심적인 장애물을 없애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풍수학의 경전인 󰡔청오경󰡕에서는 ‘혈자리가 좋아도 장사를 잘못 지내면 시신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청오경], 穴吉葬凶 與棄屍同)

 

3. 화장 후 매장이 차선

지금 수도권을 한정해서 볼 때, 화장하는 경우가 거의 70%에 육박한다. 매장보다는 화장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서민들은 대다수 화장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 정해진 상례가 없다. 옛날에는 승려이외에는 화장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전염병 등을 제외하고는 화장을 금기시 했다. 화장을 기준으로 한 예법은 옛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으나 산골(散骨)이 아닌 경우 납골당이나 납골묘에 유골을 모시는 것을 치장(治葬)으로 보아 이에 준하여 상례를 치루면 될 것이다.

다만 땅속에 모시는 것과 땅위에 모시는 것이 다르다. 묘지란 시신을 매장하는 곳이며, 납골당이란 화장한 후에 유골을 모시는 곳이다. 그러면 화장과 매장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아야 하겠다.

(1) 화장(火葬) 후 납골당에 모실 경우의 단점

매장은 시신을 매장하는 방법인데, 시신을 모시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며 가장 위생적이고 후손들이 정서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그 단점으로는 선산이 없는 경우에는 묘지를 구입해야하므로 경제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묘지를 조성하면서 많은 면적이 필요하여 자연이 많이 파괴된다는 점이다.

화장의 경우, 경제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화장은 시신을 모신다는 개념이 아닌 불에 태운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상주는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또한 화장 후 유골을 땅 속에 매장하지 않는 경우, 유골이 부패하는 등등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화장 후 납골당에 유골을 모실 경우 나타나는 단점을 거론하자면,

첫째, 화장 시에 소음・매연・분진・악취 등 오염이 문제가 된다. 이것은 공적인 문제이므로 사적인 문제에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둘째, 화장 후 유골로 받거나 가루로 만들어 받거나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것도 상주로써는 갈등의 요소이다.

셋째, 유골을 도자기에 넣고 밀봉하여 납골당에 모시는 경우에 그 밀봉 상태가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중요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도자기에 습기가 찬다면 유골이 부패될 수 있다.

넷째, 유골이 부패가 된다는 것은 완전하게 태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화장장에서 화장에 걸리는 시간이 2시간정도이지만 시신의 살을 태우는데 급급하지 뼈까지 완전히 태우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유기물이 뼈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습기가 차면 유골이 부패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화장 후에 납골당에 유골을 모시는데, 납골당은 수명이 몇 년인가 하는 점이다. 조사해 본 결과 일반적으로 80-100년으로 산정한다고 한다. 그러면 100년후에는 납골당이 해체되거나 철거될 터인데, 유골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여섯째, 납골당에 모시는데 있어서 관리비가 발생을 한다. 관리비가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후손들이 조부, 증조부, 고조부 등 계속 부담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부득이하게 후손들이 돌보지 못할 경우 납골당에 있는 유골들은 어떻게 조치되는가도 문제이다.

(2) 산골(散骨)은 장례에서 피해야 할 선택이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산골(散骨)을 하는 방법이다. 산골은 유골을 가루로 만들어서 산이나 강 또는 바다에 뿌리는 방법이다. 이는 산하를 오염시키므로 프랑스, 독일, 스페인, 호주 등 세계적으로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유골이 물과 혼합된 채로 부패하여 심각한 오염의 원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죽은 지 며칠 밖에 안 되었는데 가루로 만들어서 뿌린다는 것은 그의 흔적을 지워버린다는 것인데, 이는 산 사람을 이제 어디서 죽은 이를 만날 것인가 하는 정신적인 공황에 빠지게 할 수 있다.

(3) 화장 후 매장이 차선책이다.

조상을 명당에 모셨을 때,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상기와 같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래도 납골당에 유골을 모실 것인가. 아니면 다른 대안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상기의 문제들은 사실 매장의 방법을 택한다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들이다. 그러나 자연환경 파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매장방법을 주장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어느 방법이든지 장례과정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친환경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납골당이나 납골묘에 유골을 모시는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화장 후에 매장하는 방법이다. 이는 매장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족묘원의 방식을 이용하여 아주 작은 면적을 사용하는 것이다.

화장을 한 후에 유골을 작은 나무관 속에 넣는다. 그리고 유골을 가족묘원을 만들어서 그 곳에 묻는다. 선산이나 가족묘원이 있을 경우 면적은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하나의 시신을 매장할 면적에 적어도 10명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다. 유골을 매장한다면 추후 관리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는다. 땅 속에 묻으면 유골은 흙으로 돌아가므로 후손들의 정서에도 긍정적이다.

화장 후 유골을 매장할 때 속성박테리아를 함께 묻으면 2-3년내에 시신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금 시신을 묻으면 30년이 지나도 뼈가 땅 속에 남아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진전된 방법이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자연으로 환원되게 하는 방법이다. 공동가족묘지가 포화되면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일정기간 후에는 조림사업을 하여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는 장점도 있으며 그와 함께 후손들의 마음도 자연스레 치유될 것이다.

 

4. 맺는 말

지금 화장이 대세이고 이 방법이 그나마 자연의 훼손을 줄이는 차선책이다.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돌아가신 분의 DNA를 가진 후손이 살고 있고, 그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 살아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조상을 모시는 문제이자 바로 우리의 눈앞에 닥친 문제이다.

화장 후 매장의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묘지공급문제이다. 이는 비용의 증대로 연결되므로 상당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제는 가족묘원을 싸게 공급하는 일이 남았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이 개인에게 공원묘원이라는 허가를 주어서 영리추구를 하도록 한다면 장례비용의 거품으로 서민들은 심각한 정신적 공황에 빠질 수도 있다. 공원묘원을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 심할 경우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공원묘원 허가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이 사회의 고리대금업자를 만드는 것과 같으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므로 후손에 대한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옛날의 공동묘지 같이 값싸고 접근성이 용이하며 양지바른 곳에 가족묘원을 만들어 분양하는 것이 좋겠다. 공동묘지는 관리인도 필요 없고 비용도 들지 않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후에는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서 자연으로 되돌리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항간의 말처럼 ‘유전묘지 무전산골(有錢墓地 無錢散骨)’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여 서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어루만지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이제 우리는 후손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가지면서 조상을 추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묘지는 시신을 그냥 묻어버리는 공간만은 아니다. 죽은 이와 산 사람간의 소통의 장(場)이다. 무덤 앞에서 죽은 이와 산 사람은 서로 화해를 하기도 하고, 고백을 하기도 하며, 결의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 때 죽은 이와 산 사람 간에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서양속담에도 ‘보지 않으면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고 했다. 생각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무덤이다. 우리는 무덤에 죽은 이가 실존한다고 믿기에 성스런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대한민국인이 가지고 있는 무덤에 대한 미학적 개념이다.

조상을 떠나보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나 그 분들의 흔적을 정리하는 것은 온전히 후손들의 몫이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것은 오로지 후손들의 책임이며 권리이기도 하다. 죽은 이와 산 사람간의 순수하지 못한 갈등을 줄여주어서, 애틋한 마음으로 죽은 이를 추모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죽인 이 보다도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서도 시급한 문제이다.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오래토록 후손들이 이어갈 치장 예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예다문화연구 통권17호-차문화연구소 발행] p136-143 에 실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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