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루스채플관과 정자각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성향이 있다. 선생님스타일, 공무원스타일, 농부어부스타일, 군인경찰 성향, 지도자 성향, 장사꾼 성향, 예술적 자질 등등. 강약의 차이는 있어도 사람마다 적성과 성향,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때론 선생님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서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하기 싫은데도 부모님의 성화로 의사가 되기도 하지만, 세상에 예외 없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적성과 성향을 다른 말로 ‘팔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답사를 하다보면, 땅에도 팔자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연세대학교 내에 루스채플관이 있다. 애초에 이 자리에는 여기서 직선거리로 1km 남짓 떨어진 봉원사가 있었다. 봉원사는 889년(신라 진성여왕 3년)에 지어진 천년고찰이었다.

봉원사는 천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전 당했다. 그 이유는 영조의 후궁이며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이씨가 죽자(1748년, 영조24년), 묘지 조성을 위해 쫓겨났던 것이다.

그러나 영빈이씨도 220년만에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1968년에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서오릉으로 이장하였다. 아마도 연세대학교의 민원을 정부가 들어주었을 것이다. 문화재는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의 역사적 공간성을 잃어버린 우를 범했다. 기실 이장하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땅의 원래의 주인이 영빈이씨였지 않은가.

영빈이씨의 묘지였던 자리에 세워진 건물이 루스채플관이다.

천년 불교의 사찰이 헐리고, 유교의 성지인 무덤으로 변했다가 지금은 서양 종교인 기독교의 채플관이 들어서 있다. 아직도 채플관 앞에는 영빈이씨에게 제사를 지냈던 정자각이 남아서 엣 주인을 그리워하고 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사찰은 부처의 무덤인 탑이 있는 곳이고, 무덤은 시신이 안장된 곳이며, 채플도 하나님에게 제사지내는 공간이 아닌가. 이 모두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땅을 살피는 것은 그 땅의 성정에 맞는 용도로 이용하고자 하는 방법론이다. 사람도 각자의 소질을 계발하듯이 땅도 그 이용가치가 극대화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정신이 집중되는 자리를 구할 것이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은 예술의 기운이 넘치는 곳를, 돈을 벌고자하는 자영업자는 장사가 잘되는 자리를, 득도를 원하는 사람은 도의 기운이 넘치는 장소를 찾을 지어다.

연세대학교의 루스채플관 땅의 팔자는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인 셈이다. 그 누가 일부러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기의 팔자대로 가고 있는 루스채플관을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땅팔자는 현대용어로는 땅의 용도라고 할 수 있겠다. 
용산의 미군기지의 경우, 병자호란 때에는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고,일제시대에는 일본 군대가 주둔했으니, 어쩌다가 외국군대가 주둔한 땅으로 얼룩져 있다. 용산도 이제는 팔자를 고쳐야 할 때가 되었다. 용산이 팔자를 고쳐야 대한의 정기가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