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포크레인과 安葬之難
중부지방의 어느 마을 뒷동산에 유택을 마련하게 되었다. 다시말해 묘지조성작업이다. 묘지조성에 손발을 마추던 수작업팀과 함께 작업지에 도착했고, 포크레인을 한 대를 유족측에서 불렀다.
오전 7시에 도착하였고 포크레인은 8시에 도착한다고 한다.
작업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수작업팀이 먼저 파묘하기로 했다.
부인이 13년전에 묘지에 안장되어 있었고, 오늘 영감님이 들어오는 날이다.
자손들이 모친을 곱게 단장시키고자 청하여 소위 면례 또는 환천심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유골수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해야 함은 지당한 조치이다.
유골을 찾는 일에서 유골을 향물에 씻는 洗骨작업 그리고 칠성판 위에 유골을 배열하고 염지로 묶고 나서는 멧베로 싸는 것까지의 작업이다.
6명이나 되는 인부가 땅을 파고 광중을 만들고 생석회를 쳐서 내광을 파내는 작업을 포크레인 기사는 의아한 듯이 무슨일인가 궁금한 듯 쳐다본다. 왜 그러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 본단다.
그러면서 사람 손으로 할 일이 무어냐면서 자기는 모든 일은 포크레인을 가지고 혼자서 일을 끝낸다고 했다. 오늘 하루가 험난해질 조짐이다. 진정 포크레인은 자연을 파괴하는 괴물이다.
그는 인부들이 묘지영역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자기가 작업하기 힘들어진다면서 불평한다.
우리는 파묘나 묘지 조성 작업은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득을 하니, 자기는 자기 식으로 해야 된다고 우긴다. 그리고는 잔디가 잘 살려면 흙을 뒤집어야 한다면서 온통 묘지 구역을 포크레인으로 뒤집기 시작한다.
묘지조성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묘지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시신은 물은 너무나 싫어한다. 물이 내광에 차게 되면 시신에서 육탈이 진행되지 않는다. 또한 겨울에 이 물이 얼게 되면 묘지 속은 냉동실이 된다. 물이 얼면 오뉴월이 되어야 녹는다.
그러다가 장마기에 또 다른 빗물이 스며들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런 연유로 광중을 파내려 갈 때에도 한 치의 낭비없이 삽과 곡괭이로 정확하게 파내려 가야한다. 포크레인은 삽과 곡괭이의 작업에서 보여주는 세밀함과 정밀함을 기대하기 힘든다. 현장에서 포크레인 기사는 온통 땅을 파헤치고 있다. 자기 식대로 한다는데, 막을 재간이 없다.
여기서는 포크레인이 왕이었고 폭군이었다. 파헤쳐진 구역은 흙의 밀도가 낮아진다. 비가 오면 그 틈새에 물이 스며든다. 그러면 광중을 중심으로 땅 속에 보이지 않는 물웅덩이가 생기고 그 물들이 서서히 다시 광중으로 스며들게되는 개연성이 높아진다.
포크레인 기사는 묘지를 만드는 이유를 모르고 있다. 시신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기 좋게 만들어 주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지난 30년간의 군부독재에서 남겨진 잔재라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관물정리를 할 때에 내부와는 상관없이 외부적으로 깔끔하고 각이 져있으면 합격이었다.
요즈음 수도권에서는 사망한 자의 70%가 화장을 하고, 30%가 매장을 한다. 그 매장 중에서도 2/3는 공원묘지이고, 1/3만이 선산에 묻힌다. 매장도 지방의 경우 대부분 장례업자와 연결된 포크레인 기사가 묘지작업을 하므로 우리와 같은 수작업팀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는 우리팀이 생석회 작업으로 내광을 만드는 것을 물끄러니 쳐다본다. 처음하는 구경이란다.
어쨌던 그는 신경을 쓰지 않고 묘지구역을 뒤집기 시작한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직장에서 잘리기나 하는 것처럼 필사적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포크레인 기사의 작업행태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물이 잘 빠지는지, 어떻게 해야 광중으로 물이 흘러들어가지 않는지 상관없다. 다만, 묘역이 단정하고 잔디만 잘 자라주면 만사 대박이다. 무식의 소치이니 막을 방법이 없다.
요즈음의 사람들은 선조들의 장례절차과 안장(安葬)에 대한 노하우가 단절되어 있다.
한국동란과 근대화시기를 거치면서 옛 것은 진부한 것이고, 서양의 것 새로운 것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과 이를 쫓아 농촌지역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가는 바람에 부모와 자식이 상호간에 정신적인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까닭이다.
1970-2000년대까지만 해도 호화분묘에 대한 기사로 신문을 장식하곤 했다.
이는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양반 상놈이 구분되었고, 신분철폐의 영향으로 상놈이 판검사가 되고 부자가 되었다. 상놈출신이 한풀이라도 할려는 듯 자기 조상을 보란 듯이 소위 고향 땅에다 명당자리를 찾아서 호화분묘로 치장을 하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었다. 화장이 대세이다. 이것은 20년전 <아이 둘 낳기 운동>처럼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 부모의 시신을 태우고 갈아서 흔적도 없이 날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지하에서 잘 계시는 조상의 무덤까지 파내어서는 화장해버린다. 그리고 그 땅을 팔아 개인적으로 치부한다. 이것도 하나의 트랜드인가.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매장을 안하면 모르지만, 매장을 할려면, 포크레인기사에게 맡기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경제적으로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는 듯하지만,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묘지 즉, 음택은 죽은 자의 주택이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도 몇 억이 넘는 시대이다. 평당으로 2,000만원이 넘는다. 음택을 조성하는 데 드는 묘지 수작업 조성비용은 400만원 정도이다. 돌아가신 부모를 위해서 이것이 아까워서 200만원하는 포크레인 기사에게 맡긴다.
그리고는 대충 묘지를 만든다. 그것이 어떻게 자기와 자기 자손들에게 작용하는지 개의치 않는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삭막한 세상이다.
편한 것만 생각하고, 경제적인 것만 따지는 세상이다.
조상이 나에게 무엇인지 그 원론적인 것을 알지 못하는 이 시대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이제 양반과 상놈의 구분은 돈의 유무가 아니라, 조상을 어떻게 섬기느냐로 구분되어 질 것이다. 조상은 이미 나를 낳았기에 나와 거의 동질의 세포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같은 DNA의 소지자 이다. 그것이 뼈를 구성하고 뼈는 동양학에서는 기의 결정체로 인식하고 있으며 공룡의 뼈가 수억년지난 지금 발견되듯이 오랫 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신비의 물체이다. 뼈대 있는 집안은 그래서 명문가인 것이다. 다시금 사당을 모시고 조상을 섬겨온 족속이 양반으로 자리매김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조상의 묘를 내 집 돌보듯이 돌보아 온 가문이 명문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정신적인 뿌리가 없는 가문에서 자라난 사람이 어떻게 이 나라를 운영하는 힘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겠는가. 조상의 돌봄이 없는 나약한 존재는 자기 자신마저도 돌보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돈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시신을 어떻게 모실 것이가에 기준을 두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매장을 하는 집안은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경제적인 사정이 넉넉한 집안이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진다. 공자님도 조상을 장례 치룰 때에는 후하게 지내라고 했다. 그것은 낭비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내라는 말이다.
화장의 대중화로 安葬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철학적 배경이 사라지고 있다.
일급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 70세의 노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장이 급감하니 이 일을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까닭도 있다.
그래도 조상을 매장할려면 기술이 좋은 팀을 불러야 한다.
아직까지는 좋은 전문팀들이 몇개 존재하므로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같은 금액이지만 그 작업의 끝은 毫釐之差이다.
